딸과의 재회
딱 1년 만이다.
딸을 유학길에 보내고 1년 만에 다시 본다.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묻곤 했지만 딸에 대한 그리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늘 곁에서 가깝게 지내고 나랑 코드가 정말 잘 맞는 딸이 멀리 유학의 길을 떠난다고 했을 때 아쉬운 맘도 컸지만 딸이 선택한 길이니 믿고 밀어주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 딸을 떠나보내는 공항에서 우리 부부와 인사하는 딸은 눈물을 보였다.
힘든 고생길인줄 알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떠나는 딸을 위해 응원의 마음으로 나는 딸을 떠나보냈다.
그게 딱 1년 전의 일이었고 1년 만에 딸의 얼굴을 보게 된다. 딸이 공항을 나오기 전부터 나는 딸과의 만남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딸은 어느 순간 내 앞에 나타나 아빠하고 외쳤다.
오랜만에 보는 서로의 얼굴엔 기쁨과 반가움 그리고 벅찬 감격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난 그런 딸을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무슨 말로 무슨 단어로 그 만남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까? 보고 또 봐도 마냥 기쁘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엔 딸의 재잘거림이 그 어느 때보다 차 안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한국에 오면 젤 먼저 먹고 싶다던 낙곱새를 먹이기 위해 맛집을 찾아 직접 공수해서 한국에서의 첫끼를
준비했다. 캐나다로 가기 전에 한국에서 나랑 함께 자주 먹던 음식이니 타향살이에서 어찌 그립지 않았을까! 나도 딸이 없는 동안 함께 먹던 낙곱새가 그리웠지만 혼자 먹을 엄두를 못 내서 잘 먹지를 못했던 메뉴인데 이렇게 다시 모여 앉아 낙곱새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조리가 끝나고 함께 맛본 낙곱새는 여전히 떠나기 전의 그 맛을 소환하며 딸과 나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3주간의 체류기간 동안 딸과 행복한 추억을 쌓으며 식탁에 세 식구가 앉아서 게임도 즐기고 시내 나들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캐나다에 정착하고 싶다는 딸의 얘기를 들으며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식을 곁에 두고픈 욕심도 있지만 딸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것은 오로지 딸이 행복해지는 길이길 바라며 딸의 결정을 존중해 줄 생각이다.
딸에게 연락이 왔다.
태어난 시를 알고 싶다고 해서 자료를 찾기 위해 어릴 때 사진첩을 뒤적였다.
요즘에야 모두 핸드폰으로 찍고 디지털로 보관만 하지 현상이라는 것을 잘하지 않지만 그때는 필름 카메라로 찍고 대부분 현상을 해서 보관하기에 사진첩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어린 딸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사진첩에 담겨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사진첩을 꺼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첫 장엔 서울위생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날짜와 시간 엄마 아빠의 이름 그리고 선명하게 찍힌 발도장!
그리고 태아 나서 처음으로 아빠의 품에 안겨 세상에 태어났노라 외치는 울음이 가득한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28년 전 딸이 태어나던 그때의 상황들이 너무도 또렷이 떠올랐다. 분만실로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딸일지 아들일지 궁금함에 초조하게기다리고 있는데 분만실문을 열고 나오는 간호사가 외치는 한마디에 난 세상을 다 가진냥 행복해했었다.
딸이에요!
아내의 산끼로 회사 출근을 못했기에 직장상사에게 딸의 출생을 들뜬 목소리로 전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길에 대한 기억
사진 속에 남아있는 백일도 되기 전 아빠품에 안겨 자고 있는 딸의 모습 오빠와 다정히 찍힌 사진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사진등…
딸의 유아기사진엔 우리 부부의 젊음도 한껏 물이 올라있었고 이제 딸이 성인이 된 지금엔 우리 부부는 중년에서 노년의 부부로 변해가고 있다
하루는 짧지 않지만 10년 20년은 몇 개의 추억으로 그 긴 세월들을 대변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많은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탈하게 자라준 딸이 너무 고맙다.
둥지를 떠난 새는 둥지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니 어찌 부모의 욕심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한국에 있는 동안 편한 맘으로 그동안 생활비 벌어서 생활해 내느라 힘든 몸과 맘에 쌓인 피로를 다 풀고 다시 돌아가 자신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후회 없는 길인지를 잘 판단해 주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 딸의 앞에 펼쳐질 인생들이 딸의 의지와 바람대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 길엔 본인이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고 그 길에 딸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 주는 든든한 배우자가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