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내 나이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직 나의 자아는 수험생 시절에 멈춰 있는 것 같은데, 수험생이었던 시절도 어느덧 십 년이 훌쩍 넘어 이름표 대신 사원증을 목에 건 사실을 느꼈을 때,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 같은데, 어리광을 부리기에는 너무나 커버려 ‘오늘 어땠니?’라는 부모의 물음에 ‘그냥, 뭐, 괜찮았어요.’라는 어물쩡한 말로 하루의 고단함을 감추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지 싶어 생경한 느낌이 든다.
어느덧 고모가 된 내 모습을 볼 때면, 어릴 적 고모의 나이가 나와 비슷했겠구나 싶다.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를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을 볼 때면, 어릴 적 사생대회에서 나를 지켜보던 젊은 날의 아빠의 모습이 겹쳐 보여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때때로 이런 생경한 느낌이 드는 건 하루하루 지나간 세월의 흐름에 아둔했음이 느껴져서 아닐까.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경하다고 느껴버리는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한 조숙한 아이인가 싶다.
세월의 변화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또다시 마주하는 새로운 환경에 생경함을 느껴 언제나 나는 어린아이로 남겠지.
불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암호 같은 감정을 풀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생경함을 느끼는 순간이 조금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