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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Mar 04. 2022

3N살인데요, 포켓몬빵 사는게 좋아요.

  유행은 돌고 돈다. TV에는 90년대 자주 듣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거리에는 어릴 적에 입었던 통바지와 곱창밴드를 한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 풍경이 너무나 익숙해서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유행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유행이 돌아온다는 것은 단순히 트렌드가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재회하는 것임을.

  10 , 내가 대학생이던 때에는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흥행했다. X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절의 풍경과 유행들이 가득했고, 나는 그게 물을 접한  마냥 신기하고 새로웠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TV 보며 ‘그땐 그랬지하며 추억한다. ‘이게 너희들의 시대구나라던 드라마  대사처럼 요즘 마주한 유행은 우리들의 시절임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의 기억에는 없을  시절을 추억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땐 그랬어하며 ‘라떼 소환할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최근 포켓몬빵이 재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포켓몬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국진이빵, 박찬호 빵까지 이어졌는데, ‘포켓몬빵 안에 띠부씰만 갖고 빵은 버렸잖아요’ , ‘맞아, 띠부실 붙이는 공책도 있었잖아’ , ‘그 초코 롤빵이 제일 맛있었어’라며 다 큰 어른들이 회사에서 빵 이야기를 하며 시시닥 거리는 게 꽤 웃겼다. 어린 시절 나는 포켓몬빵을 좋아했다. 내가 살던 집 근처에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주인아줌마, 아저씨가 엄청 무서워서 빵을 꼬집어 띠부실을 뒤집어 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띠부실만 뒤집어 포켓몬의 형태만 봤어도 돈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내 운에 맡기며 사들고 나온 빵에는 똥 손임을 인증하는 것 마냥 매번 똑같은 띠부실이 들어있었다. 어느새 주객전도가 되어 봉지를 뜯자마자 빵은 버리고 띠부실만 갖기도 했는데, 쓰레기 봉지 위에 버려진 빵을 보며 잠시나마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죄책감도 잠시, 그 시절 나는 띠부실을 모으는 게 재미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쉬는 시간마다 각자 모은 띠부실을 자랑해야 했으니까. 포켓몬 띠부실을 종류별로 다 모은 친구를 볼 때마다 포켓몬스터 주인공 지우를 보는 것 마냥 부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꽤 값비싼 컬렉션이었네’ 싶다.

  그렇게 큰 어른이가 체육복 대신 정장을 입고 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전전한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빵 코너를 유심히 보다가 조심스럽게 쭈뼛쭈뼛 점원에게 가 ‘저…. 포켓몬빵 없어요?’하고 묻는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포켓몬빵 찾으러 다니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컸네 싶어서 나 자신이 웃겼다. 가는 곳마다 다 팔리고 없어 빈손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보니 빵 꼬집으면 상품 망가진다고 안내문을 부착한 편의점 글을 보았다. ‘그 시절, 포켓몬빵을 꼬집고 다니던 그 어른이들도 그대로 컸네’ 싶어서 그 시절의 친구들을 재회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점은 우리는 더 이상 용돈 받는 어린이가 아니라 월급 받는 어른으로 컸다는 것. 그것은 곧 내가 원하는 만큼 빵을 살 수 있는 성인이라는 것. 포켓몬빵을 한 박스씩 사서 인터넷에 인증하는 것을 보면 다 큰 어른들이 꽤 귀엽네 싶다.

  유행이 돌아오는 것은 곧, 추억을 선물 받는 일이다. 일상을 살며 잊혀졌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은 낯설지만 꽤 익숙하기도 하다. 이 유행이 가면 또 한참 후에나 마주할 그 시절이겠지만,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일까. 어떤 생각이 들까, 그때 생각한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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