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업의 가장 큰 권한은 CEO가 가지고 있다. 그렇게 권한을 중심으로 판단하여 기업이 운영되는 성격을 판단한다면 모든 기업들은 매우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성격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단순하거나 단조롭지 않다.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현대 기업은 경쟁, 생산, 그리고 파괴의 기능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각각 경쟁을 위한 조직, 생산을 위한 조직, 파괴를 위한 조직이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혼합 형태는 기업이 단순히 하나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경쟁을 위한 조직은 CEO를 중심으로 한 단일 권한 체제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마치 군대와 같은 구조로, 단일 지휘체계가 확립되어 있는 군주정과도 유사하다. 현대 국가의 행정부, 특히 대통령제를 떠올리게 한다.
다음으로, 생산을 위한 조직은 전문가 집단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이는 과거의 장인 길드나 수도원처럼 전문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현대 국가의 사법부와 판사들처럼, 전문 교육을 받은 귀족정의 성격을 띤다.
마지막으로, 파괴를 위한 조직은 세일즈 집단이 거래를 중심으로 행동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상인 길드나 현대 금융회사와 같이 평민회의 성격을 띠며, 현대 국가의 입법부와 의원들처럼 활동적이고 변화지향적이다.
결국 현대 기업은 CEO, 전문가 집단, 그리고 세일즈 집단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공화정의 3권 분립(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과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기업은 다각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각 기능이 서로 보완하면서 기업 전체의 성장을 도모한다.
위에서 설명했듯 3가지 정치 이념이 기업에 모두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든 기업이 CEO를 중심으로 군주정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경쟁보다는 제품에 집중하는 전문가 집단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운영했으며, 월스트리트와 같은 금융회사들은 파생상품과 세일즈맨들의 변화와 노력으로 부와 권력을 이룩했다. 이는 기업의 성격이 경쟁, 생산, 파괴라는 세 가지 정치 이념의 조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능은 구성을 따르며, 형태를 결정한다. 이는 곧 기능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서비스 도메인이 정해지고, 그 도메인에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알맞은 구성(정치 이념의 조합)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과 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라는 형태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 기업은 자신이 수행할 기능에 따라 정치 이념의 구성을 신경 써야 하며, 구성이 적절할 경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