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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Sep 13. 2024

쫓는 건 시간 낭비

미션임파서블(1996), 브라이언 드 팔마


키트리지: 어둠 속으로 사라졌군, 반스. 스스로 나타나기 전에는 틀렸어.

반스: 대사관 사람을 이용하죠. 현지 당국을 끌어들여요. 이동 수단을 차단하면 돼요.

키트리지: 그런다고 소용 있겠나? 공항에 사람을 붙여? 그의 신분이 몇 개인 줄 알아? 여러 나라의 세관을 수도 없이 따돌린 걸 모르나? 유령이 되도록 훈련받은 요원이야. 우리가 그렇게 가르쳤어! 젠장. 

반스: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키트리지: 쫓는 건 시간 낭비야. 우리한테 오게 해야지. 누구든 약점(pressure)이 있는 법이야. 개인적으로 소중한 걸 찾아서 그걸 이용하면 되네


  IMF(Impossible Mission Force)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밀 임무를 실행하는 CIA의 소속 조직이다. 요원 이단 헌트는 IMF의 우수 요원으로 체코 프라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무는 실패했고, 심지어 배신자의 누명을 써서 IMF의 요원 키트리지에게 쫓기게 된다. 키트리지는 이단을 추적했고 잡을 뻔했다. 하지만 이단은 마지막에 유유히 도망쳤다. 위 대사는 그러한 상황에서 요원 키트리지가 요원 반스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키트리지는 유령과 같은 우수한 요원인 이단을 쫓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방향을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직접 이단이 키트리지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저렇게 유능하고 종잡기 힘든 존재가 있다.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그 자체로 매우 뛰어나고 종잡기 어려워, 단순히 쫓아가는 것으로는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조직의 경영/전략 부서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아주 기발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쫓아가는' 것의 단점  

 시장을 단순히 쫓아가는 전략은 변화에 뒤늦게 반응하게 된다.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나 요구를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후행적 대응은 효과적이지 않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는 혁신적이지 못하고,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경쟁자들에 비해 계속 뒤처진다. 이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통제할 기회를 잃게 만들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여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시장을 쫓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인력, 시간, 비용을 반복해서 소모하다 보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오게 함'의 의미  

 '오게 함'은 단순히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의 가치에 끌려오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대본에서 "우리한테 오게 해야지"라는 말처럼, 비즈니스는 시장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심리적,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의 요구에 미리 대응하고, 필요를 예측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오게 함'은 직접적인 압박이나 과도한 자원 투입 없이,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시장의 신뢰를 얻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시장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시장이 스스로 비즈니스의 가치를 인식하고 접근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오게 함'으로 인한 장점  

 '오게 함' 전략을 통해 시장이 스스로 다가오게 되면, 비즈니스는 시장의 흐름을 통제하고 주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도권을 확보하면 장기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오게 하는 전략은 자원을 덜 소모하면서도 시장과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만든다. 시장이 비즈니스로 자연스럽게 끌려오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이나 과도한 자원 투입 없이도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에 다가오는 과정에서 신뢰와 충성도가 형성된다. 고객이나 시장은 자신이 선택한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더 강화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높은 충성도를 가지며 재방문하거나 지속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통해 시장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에 끌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쟁사와 구분되는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은 비즈니스를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차별성을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시장 예측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시장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에 다가오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제품 품질뿐 아니라 일관된 서비스, 고객 경험, 사후 지원 등이 모두 브랜드 신뢰 형성에 기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는 고객과 시장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장기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은 매우 효과적 일 수 있다. 단기적인 판매보다 관계 형성에 집중하고, 고객의 만족과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발전시켜야 시장이 스스로 다시 찾아오게 된다.


'오게 하는' 대표적인 기업 사례  

 애플은 단순히 경쟁 제품을 따라가기보다, 고객의 요구를 미리 예측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왔다. 아이폰이나 맥북과 같은 제품은 혁신적인 기술과 함께 강력한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찾게 만든다. 아이폰은 기기뿐만 아니라 앱스토어라는 시장을 통해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선택하게 유도했다. 또한 애플은 맥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양을 산업 표준에 맞도록 설정하고 있는데, 이에 고객이 지속적으로 맥북을 사용하도록 한다. 애플은 자발적으로 시장이 다가오게 하는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레드불은 단순히 에너지 음료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익스트림 스포츠와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레드불이 후원하는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 특히 레드불 에어 레이스와 같은 대회들은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또한, 레드불 TV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익스트림 스포츠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브랜드를 단순한 음료에서 모험적인 경험으로 확장했다. 소비자들은 레드불이 전달하는 에너제틱하고 대담한 이미지를 통해, 단순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전략은 레드불이 경쟁 음료들과 차별화되게 만들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찾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시장의 리더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며, 단순한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 브랜드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수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 같은 독특한 캠페인을 통해 과잉 소비를 지양하고, 제품의 장기적인 사용을 권장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고객들은 파타고니아가 제공하는 철학과 가치관에 자발적으로 끌리며, 브랜드의 신념에 동참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로 인해 파타고니아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쫓아가는 게 아니라 오게 하는 전략은 영화에 한 번 더 등장한다. 죽은 줄 알았던 이단의 상사인 요원 짐은 요원 키트리지가 배신자라고 했다. 이에 이단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짐: 키트리지. 그 나쁜 자식을 보기 좋게 잡아보자고.

이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놈이 우릴 찾아올 테니까요.

짐: 어째서?

이단: 프라하에서 놓친 것 때문이죠. 위장 첩보원 명단요.

짐: 세상에, 이단. 잘했네. 

이단: 내일 파리행 TGV에서 만날 거예요.


그렇게 이단은 TGV에서 배신자를 만나 처리하게 된다. 이단도 마찬가지로 쫓아가는 것보다 오게 하는 전략의 유용성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통해서 배신자도 처단하고 자신의 누명도 벗을 수 있었다. 

 '오게 함' 전략은 단순히 시장을 따라가는 것보다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훨씬 더 높여줄 수 있는 접근법이다. 시장의 요구와 흐름을 파악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이 스스로 비즈니스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는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시장에서의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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