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로페셔널의 조건
붉은 돼지(1992), 미야자키 하야오
아드리아해의 파일럿 돼지 포르코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망가진 자신의 비행정 사보이아를 수리하러 밀라노로 갔다. 밀라노의 단골 공장인 피콜로S.P.A.에 찾아간 포르코는 공장장과 비행정의 수리와 설계에 대해서 논한다. 남자들이 돈을 벌러 모두 마을을 떠난 지금, 사보이아의 수리는 공장장의 손녀인 피오가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포르코는 단골이지만, 17살 어린 여자 아이에게 설계를 맡길 수는 없다고, 이번에는 다른 공장을 찾아본다고 하는 도중에 피오가 끼어든다. 그리고 피오는 포르코에게 질문을 한다.
피오: 훌륭한 파일럿의 제 1조건이 뭐죠? 경험?
포르코: 아니, 영감(inspiration)이지.
피오: 다행이다 경험이라고 하지 않아서.
1.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조직 운영과 개인 관리의 혁신적인 개념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 개념을 도입하고,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스스로 성과를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그의 주요 사상을 집대성한 책으로, 효율적인 자기 관리와 성과 중심 사고를 강조한다. 드러커는 특히 천재적 영감을 부정하고, 지속적인 학습과 노력이 성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사상은 20세기 중반부터 경영학과 조직 이론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경영과 개인 관리의 기본 틀로 자리 잡고 있다.
2. 피터 드러커 사상의 내면화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필요성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거인의 어깨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오늘날 피터 드러커의 사상은 우리 일상에 깊이 내재화되어 더 이상 분별 가능한 철학적 틀로 인식되지 않는다. 성과 중심 사고, 자기 관리, 책임감 같은 개념들은 이미 경영과 조직 운영에서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되어 의식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드러커의 기본 틀을 넘어서 새로운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3. 새로운 시대
현대 사회는 AI, 초연결, 개인화, 데이터, 다양성이라는 특징으로 정의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자동화를 통해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며, 개인의 성과 관리조차 점차 기계적으로 처리된다. 초연결 사회는 전 세계가 빠르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개인화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요구를 맞춤형으로 해결한다. 다양성은 각기 다른 관점과 배경이 모여 조직의 혁신을 촉진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세상에서는 기술이 많은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개인의 관리와 성과 창출조차 자동화되면서 인간의 고유 역할은 더욱 창의적이고 영감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4. 새로운 프로페셔널의 조건: 영감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 새로운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영감이다. 드러커는 천재적 영감을 부정했다. 하지만 천재적 영감만이 모든 영감인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창의성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나 애자일 방법론과 같은 접근법이 창의성을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또한, 현대 사회는 개인의 영감보다 협업과 다양성을 통한 집단적 영감을 더 중시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을 융합해 집단적 영감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영감보다는 관리와 성과를 중시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학습 가능한 영감, 집단적 영감을 새로운 프로페셔널의 조건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천재적 영감도 좋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성과 관리와 자동화된 분석을 수행하지만, 창의성과 영감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협업과 다양성, 창의성 학습이 새로운 시대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미래의 프로페셔널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