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새우와 집단사고
남극의 셰프(2009), 오키타 슈이치
후쿠다(의사): 새우가 어쨌다고?
니시하라(통신 담당): 아니, 커다란 닭새우가 있대요.
후쿠다(의사): 그럼 오늘 저녁은 새우튀김이네.
니시무라(요리사): 닭새우라잖아요? 튀김으로 하기에는 너무 커요.
카네다(탐사 대장): 새우가 어쨌다고?
후쿠다(의사): 엄청 큰 닭새우가 있대요.
카네다(탐사 대장): 그럼, 오늘 저녁은 새우튀김이겠네?
니시무라(요리사): 보통은 회로 먹죠. 아깝잖아요?
모토야마(빙하학자): 새우가 어쨌다고?
카네다(탐사 대장): 아니, 엄청 큰 닭새우가 있대.
모토야마(빙하학자): 그래? 그럼 그거지. 새우튀김이네.
니시무라(요리사): 다른 방법도 있잖아요?
모토야마(빙하학자): 뭐?
니시무라(요리사): 삶거나 으깨거나.
모토야마(빙하학자). 니시무라.
니시무라(요리사): 네.
모토야마(빙하학자):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새우튀김뿐이야.
요리사를 제외한 모두: 새우튀김, 새우튀김, 새우튀김, 새우튀김, 새우튀김 ♬
니시무라는 일본 남극 연구소로 파견된 해상보안청의 요리사이다. 그는 남극에서 본인 포함 8명 대원의 식단과 요리를 책임진다. 어느 날 야간작업 중 통신 담당 니시하라가 연구소에 닭새우가 남겨져 있다는 정보를 니시무라에게 전달한다. 그걸 엿들은 동료 대원들은 하나같이 새우튀김을 외친다. 닭새우는 너무 커서 튀기는 게 어울리지 않아서 니시무라는 곤란하기만 하다.
구성원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그것은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 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그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모든 일이 알맞게 흘러가지 않는다. 가끔은 합리적인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고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집단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반대 의견이 억제되고, 다수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집단 내 구성원들이 갈등을 피하거나, 집단의 일체감을 유지하려는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며,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집단사고는 다양한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구성원들이 비판적 사고를 자제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숨기면서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조직의 성과와 경쟁력을 저하시키며, 중요한 위험을 간과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내외부의 비판적 견해나 경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져, 자기만족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집단사고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 자주 발생한다. 다음과 같은 유형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강력한 리더가 있는 조직: 리더가 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을 때, 구성원들은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워하며 리더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된다.
동질적인 집단: 구성원들의 배경, 경험, 사고방식이 비슷한 조직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부족해 집단사고가 쉽게 발생한다.
외부 의견에 폐쇄적인 조직: 외부의 비판적 의견을 차단하고, 내부적으로만 결정을 내리는 조직은 비판적 검토가 부족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케이스로는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내부 반대 의견 없이 쿠바 침공을 밀어붙였고, 결국 큰 실패를 초래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사건>이 있는데, 당시 엔지니어들이 기술적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의해 무시되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악마의 변호인] 역할 지정: 일부러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지정하여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게 한다.
익명 피드백 시스템 도입: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외부 의견 반영: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나 제삼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객관성을 유지한다.
리더의 중립적 태도 유지: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입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양한 논의를 장려해야 한다.
집단사고는 조직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다양한 의견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반대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집단사고를 예방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대원들은 '닭새우튀김'을 맞이하게 되었고, 모두가 만족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원 일부는 회가 나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구시렁거렸다. 니시무라는 닭새우튀김이 올라온 식탁 위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싸고 귀한 닭새우에 알맞지 못한 조리법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집단사고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