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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Oct 08. 2024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중독

관성과 공포를 넘어서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조직과 개인에게 해롭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창의성을 제한하며, 팀의 사기 저하와 성과 저하를 초래한다. 더불어 리더 본인에게도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피로를 가져와 결국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리더십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반복하는 것일까?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원인으로 꼽히는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은 '관성''공포'일  것이다. 첫 번째 원인인 관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리더가 모든 세부 사항에 관여하여 성과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이는 처음에는 성과를 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조직과 팀이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과거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미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리더는 관성적으로 계속해서 세부 사항에 관여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이어간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또 다른 원인은 실패에 대한 공포이다. 리더는 모든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낀다. 이로 인해 팀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기보다 직접 세부 사항까지 챙기며 통제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조직 내에서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거나 평가가 엄격한 환경에서는, 리더의 불안감이 더 강해지며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더욱 강화한다. 이 공포는 세부적인 통제를 통해 자신과 조직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단순히 관성이나 공포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분명히 있다. 관성은 외부 충격이나 변화를 통해 멈출 수 있고 공포는 인지와 이해로 완화될 수 있지만,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성적인 행동은 큰 변화를 통해 중단될 수 있지만,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해도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 리더가 실패나 경고를 겪어도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멈추지 못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는 관성이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포는 보통 그 원인을 인지하고 이해하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정체성을 알고, 위험성을 알아도, 사례를 통해 경고를 들어도 쉽게 멈추지 않는다. 리더들이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공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보 듯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원인을 관성과 공포로 이해하기에 설명되지 않는 점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것이고 필자는 이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알면서도, 겪었으면서도 다시 반복되는 증상은 중독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중독이란 특정 행동이 불안을 줄이고 안정감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반복하게 되는 습관적 의존 상태이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통해 리더는 즉각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이는 불안을 줄이고, 상황을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제공하여 일시적인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리더가 모든 세부 사항을 챙김으로써 단기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 이로 인한 보상은 마치 ‘즉각적인 성과 보상’으로 느껴진다. 특히 초기에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 덕분에 일정한 성과가 났던 경험이 리더에게 긍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하고, 이를 반복하려는 심리적 의존을 만들어낸다.

 더 큰 문제는 역시 이러한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반복될수록,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리더는 세부적인 통제를 통해 점점 더 강한 의존성을 갖게 되고, 이를 멈추지 못하게 된다. 마치 중독이 강해지면서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듯, 리더는 세부 사항을 더 많이 통제하고 더 깊이 관여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통해 리더는 ‘내가 개입해야 성과가 난다’는 잘못된 자기 효능감을 가지게 되며, 이는 자신이 조직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좌우하고 있다는 통제 환상을 심어준다. 이 환상은 마치 중독이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왜곡된 인식을 만들어낸다.


 중독은 일반적으로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체계적이고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인지 행동 요법은 중독의 근본 원인이 되는 부정적인 사고와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중독에 빠진 리더는 모든 일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대신해서 긍정적인 사고와 방식으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불안을 줄이고 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독 행동을 줄이기 위해 다른 건강한 대체 활동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줄이는 대신 팀과의 신뢰를 쌓기 위한 대화나 리더십 워크숍에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리더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팀과 조직을 이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 전문가 혹은 리더십 코치와의 상담을 통해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중독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문가가 주도하는 지원 그룹에 참여해,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중독을 겪는 리더들끼리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지원 그룹은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자제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관성에 의한 습관이나 일시적 공포 현상이 아니라 중독에 가까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중독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중독 치료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팀에 대한 신뢰를 쌓고 자율성을 부여하며,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지원 그룹 참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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