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보다 진실
많은 고용주는 직원들이 회사와 자신의 일에 대해 마치 ‘주인’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경우,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이 더 생산적이고, 더 많은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한 태도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단순히 지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의식이란 것이 현실적으로 피고용인에게 공허한 요구일 수 있다. 결국 피고용인은 고용계약에 따라 일하는 ‘직원’ 일뿐,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주인’이 아니다. 소유권과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주인처럼 행동하라는 것은 종종 모순적인 요구로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피고용인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으며, 피고용인도 이 부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례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문제가 계속해서 회자되는 걸까? 왜냐하면 주인의식이라는 개념적 망령은 근본적으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시각적 불균형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을 쉽게 해결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에 망령은 항상 되살아난다.
주인의식은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기대하는 책임감과 헌신의 태도를 의미한다. 즉, 피고용인이 주인처럼 자신의 업무에 자발적으로 관여하고, 조직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처럼 여기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 개념은 피고용인에게 더 큰 동기 부여와 몰입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자주 언급된다.
주인의식이 있는 직원은 회사의 일원으로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며, 더 높은 생산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조직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자세는 팀워크를 강화하고, 업무에서의 책임감을 높여 조직의 전반적인 성과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피고용인이 실제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한다. 현실적으로 피고용인은 회사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주인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일종의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또한, 헌신이 전제되더라도 그에 따른 권한이나 보상이 없다면 이러한 주인의식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피고용인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주인의식이라는 개념적 망령은 시각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가치, 헌신과 권한을 동시에 취하려는 고용주의 욕망이 기반이 된다. 현실적으로 헌신과 권한을 모두 갖추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모든 피고용인에게 실질적 권한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에 따른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의식이라는 개념이 이를 간단히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의지하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단순한 게 만들고 싶어 하는 의지가, 앞서 말한 욕망이라는 기반에서 자라나 주인의식이라는 망령의 꽃을 피우게 한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로서 문제를 단순화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진다. 이는 복잡한 조직 문제를 ‘주인의식’이라는 간단한 마인드셋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현실에서는 헌신과 권한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관념적 해법은 일종의 이상향으로 유혹적이다. 주인의식의 망령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단순화된 믿음에서 기인한다.
주인의식이라는 개념을 피고용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피고용인들에게 책임감과 헌신을 강요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권한이나 보상을 제공하지 못할 때 모순적 요구로 비치기 쉽다.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편의에 불과할 수 있다. 오히려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데에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주인의식을 요구하기보다는, 피고용인이 조직 내에서 자발적이고 의미 있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주인의식’이라는 마인드셋을 요구하지 말고 '주인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실질적 권한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장치와 문화가 필요하다. 피고용인이 합당한 권한과 보상을 받으면서도 자율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피고용인은 회사의 목표와 자신의 업무를 더욱 잘 연결 지을 수 있다.
- 실질적 권한 부여: 피고용인들이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책임감을 더 자발적으로 느끼도록 할 수 있다. 권한 없이 책임 없고, 책임 없이 평가 없으며, 평가 없이 보상 없다.
- 성과 기반의 공정한 보상 체계: 헌신적 노력을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피고용인이 성과를 내면 그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 시스템: 주인환경을 조성하려면 조직 내에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피고용인들이 업무의 진행 상황과 그에 대한 평가를 투명하게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조직의 목표를 연결 짓고 더욱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 성장의 기회 제공: 피고용인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일회성 임무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로 생각하게 하며,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주인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조직원들은 회사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처럼 여길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주인의식의 망령을 몰아내고, 주인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조직의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