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지라도

by 플레이아데스

그럴지라도



그게 쉬운 일은 아닌데

길가 은행나무가 검버섯 가득한 속을 내보이고 있다

어둠이 들러붙은 몸에서

잠시 물비린내가 난다

바다가 되었던 걸까

밤낮을 되새김하느라 주름진


바람 불어도

미동의 이파리 하나 없고

제 자리가 허공인 줄 아는

쭈그러진 열매 몇 개만 야윈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곁을 지켜온 가로등

오랫동안 고개 숙여 어깨를 내어주었다


시계를 강물에 던지거나

가눌 수 없는 몸을 바닥에 내맡기거나

문을 쾅 닫아도

아무도 없을 때

때로는 껍데기가 필요하지

머뭇거리던 그날 밤

두툼한 외투 속

텅 비어버린 너는 멀어져가고

겨울나무 위 별들은

세세히 돌아가며 밤새도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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