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어도 남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있다
그러지 못했어를 떠올리다
빨래방에 왔고
느슨하게 반기는 건 왠지 머뭇거려져
꽉 닫힌 세탁기 찾아 뚜껑을 연다
깨끗하게 지우고 싶어
팔을 뻗어 옷가지 틈에
몇 번의 악역을 끼워 넣는다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 사이
원통 속
쉴 새 없이 뒤집어지는 요란스러운 몸짓
물살이 나의 허리를 비트는 동안
고도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빨래방 밖과 세탁기 안
투명이 되었다가 불투명이 되었다가
35분지나 세탁은 끝나고
여전히 밑바닥에 남은 그 사람
세제를 더 넣어야 했을까
어정쩡한 자세로 보풀을 떼는데
움츠린 여자 들어오고
반쯤 열린 세탁기 앞
기웃기웃하더니
통 속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보따리 하나 힘겹게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