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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아데스 Apr 12. 2023

어느 잡초의 새싹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러브체인 화분을 하나 선물 받았다. 하트 모양의 잎이 예쁘고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자라서 맘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 해 우연히 화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러브체인이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쁘고 게을러서 화분 관리를 잘 못 한 탓인지 생각지도 못한 잡초가 러브체인 화분의 반을 점령해서 뒤덮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화가 몹시 났다. 잡초를 모두 뽑고 흙을 고르고 온전히 러브체인만의 공간을 만드는데 약 한 시간을 투자했다. 또 시간은 흘러 어느 날, ‘아니, 이게 웬일인가?’ 베란다에 있는 대부분 화분에서 이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제야 잡초라 생각했던 이 풀이 괭이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청소를 잘하지 않았던 베란다의 벽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괭이밥의 씨앗이 군데군데 보란 듯이 붙어 있었다. 때는 이미 늦었고 다소 포기하는 마음으로 베란다의 다른 식물들과 공존하도록 그렇게 몇 년을 내버려 두었다.

 

올해 초 베란다 텃밭을 시작해 보려고 화분에 흙을 담고 채소와 화초 등 원하던 여러 종류의 씨앗을 심었다. 매일매일 싹이 나오는 것을 관찰하던 중 뜻하지 않게 괭이밥의 새싹을 보게 되었다. 다른 식물들의 떡잎보다 크기가 작았을 뿐 아니라 떡잎 위에 하트 모양 세 개가 달린 괭이밥의 새싹은 너무 신기했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때껏 인간에게 이로운 식물들 외에는 다 잡초라고 생각하고 관심도 별로 쏟지 않았는데 괭이밥의 새싹은 특이하고 심지어 경이로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러브체인보다 오히려 더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중충한 러브체인의 꽃에 비하면 화사한 노란색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자손까지 야무지게 번식시키는 괭이밥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잡초와 화초를 경계 짓고 철저히 인간 중심으로 살아왔던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부끄러웠다. 이 작은 경험이 굳어진 나의 고집과 편견, 유연하지 못했던 나의 사고에 신선한 충격을 준 셈이다. 자연과 좀 더 가까워지고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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