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별

by Obed Park

안녕, 잘 지내니? 잘 지내냐고 묻는 게 이상할 만큼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 지독한 침묵 속에서 너를 떠올리는 것이, 생각해 보면 고작 2,3주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나에겐 2,3년 같은 시간이었어. 마지막으로 네게 연락이 닿을 즈음엔 꽃이 막 피고 있었지. 허무하게 땅 위로 고꾸라지는 꽃잎들을 보며 평생 같았던 잠깐의 시간이 지났음을 깨닫고는 한다.


참 지랄 맞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말이야. 여의도 레스토랑에서 아름답게 무르익어가던 노을빛을 바라보던 설렘은 아직 여기 그대로인데, 마음은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어쩌면 넌 그냥 외로워서, 순간의 호기심이나 장난기를 발휘했을 뿐일 수도 있겠다. 네 말대로 연애도 사랑도 굳이 필요 없이 홀로 고요하게 호숫가에 앉아 안식을 누리고 있던 너인데, 그 찰나의 로맨스를 끌어안고 네가 결코 줄 수 없었던 마음을 바라고 애원했던 나의 탓일까. 혹은 너무나도 섣불리 너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낀 나머지, 조금 더 차분하고 편안하게 네가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의 완급조절에 실패했던 탓일까.


생각은 파도처럼 몰려오고, 생기를 잃고 공허한 눈에는 초점이 없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고통을 끌어안고 더 나은 내일을 살아보리라 이 악물지만, 그럴수록 유난히 포근하고 따듯했던 너의 음성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만이 떠올라서, 나는 잠들지 못하고 오늘과 내일의 경계 사이를 떠돌고 있나 보다.


좋았던 기억들을 제쳐두고 때로는 차갑고 이기적이었던 너의 태도들을 상기해 본다. 그럴 때면 너와 나는 결코 짝이 될 수 없었고, 너를 그리워하고 너로 인해 아파하는 이 모든 순간이 어리석게 느껴져서 잠깐씩 위로가 되기도 해. 그냥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라고, 영겁 같은 마음의 세월이 또 흐른 뒤에는, 사랑한 줄도 모르고 사랑이었나 헷갈려할 만한 그런 만남일 뿐이었다고 되뇌는 거지. 내가 어떻게 느끼든 어떤 상태이든 상관없이, 지금으로서는 나와 단절된 채 여유를 느끼는 것이 너에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내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굳이 억척스럽게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너를 깎아내리고 냉철한 현실을 어서 받아들이기를 재촉하고 나면 조금 둔해질까. 너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가 솔직히 싫다. 이 편지를 쓰는 내가 싫다. 보낸다고 해서 하등 우리에게 도움 되지 못할 절망들을 뿜어내는 내가 싫다. 무슨 말을 하건, 무슨 생각을 하건, 무슨 짓을 하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고 굳이 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은 너의 마음이 싫다. 너를 사랑해서 네가 정말 싫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정말 싫다. 차라리 시원하게 울고 싶은데, 목놓아 울만큼 서로 사랑했던 기억과 추억이 많으면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면서 울지도 못하고 깊은 어둠을 마음에 들인 내가 싫다. 나도 사랑할 수 없고, 하물며 너로서는 사랑하기를 시도할 수 조차 없는 이 고통이 싫다. 겁쟁이 같은 우리가 싫다.


'신은 없다.'라고 외쳤던 과거 어느 날을 떠올려본다. 나의 꿈, 나의 희망, 나의 모든 것이기를 바라며 영원히 변치 않을 절대적인 존재를 좇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남은 것은 처절한 나의 울음소리와 고통뿐이었지. 이제는 사랑을 부정하고, 사랑이라는 별을 하늘에서 끌어내릴 때가 왔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쳐 너를 사랑했지만 결코 사랑한 적이 없구나. 왜냐하면 사랑이란 애초에 없었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으니.


너는 알고 있었니? 사랑은 없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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