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을 주행하며

by Obed Park

성급해질 때가 있다. 자동차 레이싱을 할 때의 얘기다. 물론 나야 취미 생활로 레이싱을 할 만큼 아직 재정적 여유가 크지 않다. 간간히 레이싱 카페를 찾아 친구들과 시뮬레이션 카 레이싱을 즐기곤 한다. 집에서는 키보드로 핸들을 조작해야 하는데, 레이싱 카페를 가면 고가의 장비들이 완비되어 있어 진짜 경주용 차를 운전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뭣하러 먼 곳까지 와서 시뮬레이션용 핸들을 잡고 있겠는가. 바로 스피드 아니겠는가. 뻥 뚫린 도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면서 느끼는 쾌감과 자유로움은 직접 바람을 쐬지 않아도 아드레날린을 활성화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가장 빠른 차를 고르고, 쾌속 질주를 할 수 있는 트랙을 선정하면 레이싱 대결이 시작된다. 3...2...1...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나는 페달을 힘껏 밟는다.


직선 도로에서 한껏 스피드 경쟁이 붙는다. 빠른 자동차는 400km/h에 근접하는 속도를 낸다.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속도다. 변속 기어가 최대치를 가리킨다. 스크린에서 질주하는 나의 뒤로 배경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스피커는 엔진의 굉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 빨리, 더 빨리. 그렇게 나는 오로지 앞을 향해 돌진한다.


그러나 이내 얼마 가지 않아 급 커브길을 경고하는 사인이 나온다. 속도를 줄이면 뒤쳐질 것 같아 아직 브레이크로 페달을 옮기지 못한다. 이제 정말 커브 직전이다. 서둘러 발을 옮기고 급하게 핸들을 꺾어본다. 아뿔싸! 차가 헛돌기 시작한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차가 왼쪽으로 돌고 있고,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차가 오른쪽으로 돌고 있다. 통제 불능이다. 결국 커브길 모퉁이에 여러 번 차를 들이받고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정지한다. 게임은 자동으로 진행 지점 10m 전으로 나를 복귀시킨다. 다시 주행을 속개할 수 있도록 차는 정면을 보게 놓아준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핸들링을 했다면 아마 10초는 아꼈을 듯하다.


심리상담학에서는 한 사람의 마음에 수 놓여 있는 인지행동적 패턴이 있다고 가정할 때가 많다. 그것이 기능적이든 혹은 병리적이든 개인 저마다 생각과 행동 그리고 감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안내하는 마음의 방향성이 있다. 마치 자동차 경주의 트랙처럼, 그것은 구간마다 급변하는 독특한 길을 낸다. 그 길을 따라 하나의 큰 지도를 순회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의 지형이 들어오게 된다.


사람마다 마음 길이 참 다르다. 어떤 이는 뻥 뚫려있는 직선 도로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그 사람의 마음을 쌩쌩 질주할 수가 있다. 반면 사람에 따라 유독 마음이 굽이치는 이가 있다. 그 마음의 결을 따라 나 있는 도로도 마치 산길처럼 급경사와 급커브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시속 400km/h로 질주할 수 있는 차가 있어도 변속과 핸들링에 큰 주의를 기울이며 조급하지 않게 섬세히 주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 전복되거나 가드레일에 들이받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조금 더 빠르게 질주하기 위한 성급함에 큰 사고가 난다.


누군가와 관계하고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길 위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너에게 미안했다. 너를 갖고 싶었고 그만큼 너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사랑이 항상 우선순위의 상단에 놓여있던 나는 너에게 과몰입했다. 그래서 커브길에 유의하지 않고 애꿎은 가속 페달만 밟아대며 네가 따라오라고 내준 길을 순행하지 못했다. 그저 빨리 가려고만 했다. 그럴수록 정해진 시간 내에 맞춰 완주하기가 어려웠다.


부족하지만 네 마음의 지형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는 욕심내지 않고 운전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더욱 빠르게 네 깊은 마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속만큼 감속이 중요하고, 빠르게 직진 도로를 달리는 것만큼 부드럽게 코너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이 아름답다. 또, 날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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