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7. 왕은 없다

응우옌후이티엡의 「왕은 없다」를 읽고

by 띠띠리따띠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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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작가 응우옌후이티엡의 소설집을 읽었다. 표제작 「왕은 없다」를 포함해 총 15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평소엔 베트남 문학을 접할 길이 없다가 얼마 전 대산세계문학총서에 포함되어 있는 걸 발견하곤 관심을 가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베트남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전쟁이다. 세계를 뒤흔든 대표적인 전쟁들 중 하나가 바로 베트남 전쟁이었다. 외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베트남인들의 투쟁은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서구의 68운동이나 히피문화에 영향을 끼쳤고, 한국 또한 베트남전에 개입해 수혜를 입기도 했으니, 이 전쟁이 세계의 끼친 영향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번 소설집을 손에 들면서 자연스레 전쟁이 베트남 문학계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하지만 응우옌후이티엡의 작품들에서 전쟁이란 주제는 직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베트남 향토문화와 여러 인간군상들의 삶을 조망하는 데 더 주력한다. 가족들 간의 갈등과 세태의 변화를 그려낸 표제작 <왕은 없다>,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변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는 퇴역 장군을 그린 <퇴역 장군>, 수신의 딸을 찾아 여러 곳을 방황하지만 끝내 좌절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담은 <수신의 딸>. 이 밖에도 시인, 교사, 소수민족, 어부, 농사꾼, 심지어 똥 시장의 주인까지 사회에서 녹아든 다양한 개인들의 삶을 복잡하고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요리나 풍습 같이 베트남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제외하면, 응우옌후이티엡의 작품들은 베트남 문학만의 특별함보단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역사나 민족과 같은 거대한 흐름보다 개인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그리고 변화한 사회의 세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이후 90년대 문학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공감가는 인물들과 흡인력있는 문장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응우옌후이티엡은 당시 베트남에서 일어나던 개혁개방으로 인해 사회가 변화하던 90년대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인데, 그런 맥락을 제외하고 보면 지금까지 읽어본 다른 소설들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특별하진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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