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리전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요리전쟁

계란말이도 어렵다...

<자칭 타칭 금손인 저는 요리에 있어서는 하위 5%의 똥손이기에 요리전쟁 글에서만큼은 제 주제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합니다.>


  소인, 지난 두 편의 글을 쓴 후 잠시 글을 쉬었습니다. 요리를 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열심히 한 것도 아니어서 글을 쓰기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아직 똥냄새 풀풀 나는 손이지만, 똥손 주제에 입맛은 예민해서 한번 먹고 남은 음식은 다시 먹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와 여간한 반찬가게의 반찬들은 성에 차지 않는 불손한 태도를 고치지 못한 것을 고백합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새로운 반찬가게를 찾아서 주기적으로 배달앱을 뒤지며 기어코 주변의 모든 반찬가게를 섭렵하는 기행을 벌였습니다. 똥손이면 대충 만족하면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음식에 감사함을 느껴야 마땅하겠지만 소인 그렇지 못했습니다. 노력으로 실력을 높일 생각을 하지 않고 타인의 솜씨에 편승하려 했던 점도 반성합니다.

  그런데 가끔 의아합니다. 소인의 입맛이 그렇게 예민하다면 요리도 잘해야 마땅할 터인데 그렇지 않으니 말이지요. 소인이 가장 자주 하는 음식은 소고기뭇국입니다. 나름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인이 소고기뭇국을 가장 자주 끓이는 이유가 있는데 소고기뭇국은 김치만 있으면 김치맛으로 보완이 가능한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소고기뭇국을 끓였는데 분명 소인 입에는 적당히 짰는데 남편은 싱겁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어느 날 다시 소고기뭇국을 끓였을 때 소인입에는 싱거웠는데 남편은 짜다고 말했습니다. 소인이 양치할 때 혀를 깨끗이 닦지 않은 탓인지, 미각세포의 잦은 출타로 인한 간헐적 미각 소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소인은 소인의 혀를 믿을 수 없습니다. 소인을 똥손의 굴레에 갇히게 하려는 남편 놈의 계략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들도 같은 의견을 보인 바 소인은 스스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주부가 껌처럼 하는 계란말이의 레시피도 아직 소인의 것으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소인의 아들은 계란말이는 먹되 계란프라이는 먹지 않는 희한한 식성을 가졌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계란을 풀어 촉촉하게 휘리릭 볶듯이 해서 말랑말랑한 식감을 유지한 상태로 케첩을 뿌려먹는 그 메뉴도 좋아하는데 소인의 실력에 그것은 언감생심이라 그 메뉴는 남편만 할 수 있습니다. (에그 뭐더라... 에그 뭐였는데... 에구머니나.. 요리실력처럼 죽어가는 기억력..)

  어쨌든... 소인이 계란프라이를 할 때는 계란 하나당 히말라야핑크솔트를 두 바퀴 갈아 넣으면 간이 딱 맞습니다. 이 계산법을 계란말이에 적용하여 계란 4개를 풀고 계란 1개만큼의 물을 추가한 뒤 추가된 물을 감안하여 소금을 12바퀴 정도를 돌리는데 분명 계란물에서는 간이 맞았는데 다 굽고 나면 간이 안 맞습니다.

  쓰다 보니 소인은 똥손 주제에 고집도 센 것 같습니다. 12바퀴 돌려서 간이 안 맞았으면 다음에 15바퀴쯤 돌려야 할터인데 소심한 성격에 나트륨이 무서워 계속 10~12바퀴만 돌리는 고집을 부려왔음을 이제야 느낍니다. 깨달음이 있었으니 오늘 저녁에는 기필코 15바퀴를 돌려 아들이 3개 이상 집어먹는 쾌거를 올려보겠습니다. 계란말이! 계란말이! 계란말이! 요!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