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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쟁

수능도시락 메뉴 선정-계란말이

<자칭 타칭 금손인 저는 요리에 있어서는 하위 5%의 똥손이기에 요리전쟁 글에서만큼은 제 주제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합니다.>


  소인의 계란말이 레시피를 복기하면서 고쳐야 하되 고치지 않았던 소금 간을 깨닫고 오늘 저녁 야심 차게 계란말이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계란 4개에 물 약간, 소금 15바퀴 샤샤삭~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전기레인지를 켠 후, 갑자기 떠오른 조용필의 "기도하는~"을 마음속으로 불렀습니다. 뒷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으나 그 순간만큼은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경건하게 계란물을 부은 뒤 포크와 뒤집개로 살살살 달래 가며 노랗게 익어가는 계란을 접어나갔습니다. 요리는 똥손이지만 접는 것만큼은 금손의 실력을 발휘하여 차곡차곡 노랗게 접히던 계란말이~  

아들에게 주는 것만큼은 가장 상태가 좋은 것이어야 하기에 양쪽 끝의 꼬다리는 남편몫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를 잘라보니 8조각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기에 작은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밥을 다 차려놓고 아들을 부르는 소인의 모양새가 흡사 그 옛날 양반가에서 도련님 진지 차리는 사노비를 방불케 하였으나 '도련님이 많이 드시기만 한다면 사노비가 대수인가?' 하며 생각을 흘려보냅니다.

  과연 8조각 중 그는 몇 조각이나 먹어줄 것인가?

  소인, 집성촌에서 태어나 대문 밖만 나가면 온 동네 어르신들을 다 만나게 되는 환경에서 자란지라 절로 체득된 유교걸의 겸손함에 걸맞게 목표를 3조각으로 잡았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아들이 계란말이 4조각을 먹어주었습니다!!!

입 짧은 그가 스스로 본인의 입에 자발적으로 4조각이나 넣은 계란말이는 그의 출생 후 16년 동안 단 한차례도 없었던 일입니다. 드디어 그의 입맛에 딱 맞는 계란말이 레시피를 얻었습니다!!!!

계란에 금가루를 입혀도 이보다 더 많이 먹을 수는 없으리라 장담하고 나날이 노화되어 가는 소인의 머리에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계란 4개 소금 15바퀴! 계란 4개 소금 15바퀴! 계란 4개 소금 15바퀴!!"를 외치며 행복에 젖은 사노비... 그게 바로 접니다..^^


이로써 수능도시락 메뉴리스트에 계란말이가 당당히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계란말이와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린 것은 브런치에 글을 쓰며 스스로의 문제점을 깨달은 동시에 조용필 님의 "기도하는~"노래 덕분이라 생각하며 조용필의 "기도하는~"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로 시작하는 노랫말.. 소인 또한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계란말이를 완성하였습니다.

조용필 님의 노래는 '비련'이었으나 소인은 '계란말이에 성공한 사노비련~(사노비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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