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월요일

by 자백



아늑한 침대 생활은 편안하다. 비록 육체의 변화를 가져오지만. 마냥 마냥 자책이 마음을 괴롭히니 순수한 '편함'은 아닐 것인데. 허리가 아프면 밥을 먹고, 배가 부르니 쉴 겸 책 몇 장 읽는다. 자장가였던 책은 많이 익숙해졌고 마음에 들면 중고장터에서 바로 산다. 어제 5권을 샀는데 평소 쳐다보지도 않는 로맨틱 소설이다. 표지가 알록달록하다.



단어 선택과 한 문장의 수정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딱 거기까지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발전의 큰 걸림돌은 '편함'이라 던데.. 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다음은 눕고 싶다. 내 몸무게 숫자와 다른 엉덩이는 깃털 같고 가벼우니 침대와 어느새 한 몸이 돼버린다. 이리도 좋은걸. 순이와 돌이를 이해 못 한 지난날들이 뻔뻔하지만 나는 종일 뒹굴어 본다.

제발 허리만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더 누워 있게..


날씨도 점점 추워지니 타이밍도 굿이다. 으으.


월요일(이 글은 수요일 작성)에는 정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끔 분기별, 기분 나쁜 차분함과 무기력이 나를 덮친다. 정말 하기 싫고 너무 귀찮던 모든. 그런 날은 이상하리만큼 식욕이 폭발한다. 말 그대로 대폭팔이다. 편의점 취향, 육개장 사발면과 새로 나온 빅사이즈 매운맛 핫바 그리고.. 참이슬!!!


오전 10시, 여수 갓김치와 함께 차갑게 한잔.

흐릿한 바깥 풍경, 길과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들. 그리고 어바웃 타임.

지금 나는 여기 말고 저기. 남주인공이 되어 또다시 한잔. 채우고 다시 채우고.

부모도 못 알아보는 낮술에 나는 멀쩡하다.

어.. 이게 아닌데. 일단 잔다.





아삭아삭 일자 콩나물에 생글 탱글 조각 아귀.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먹기 전에 냉동 이슬 넘기고 한입. 끝.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한잔.


무슨 치팅데이도 아니고 나로서 처음 겪는 내 상태라 조금은 당황했더랬다. 너무 취하면 안 된다는 자의식이 이날은 강했던가! 제법 적은 수량이 아닌데도 유난히 멀쩡한 이날. 나는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해봤다. 시간은 곧 저녁, 베란다에 나가 아침 인양 아직도 흐린 날이 곧 내 눈이 흐린한걸 깨닫고 마지막 잔을 서둘러 채운다.


나는 11월 14일 월요일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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