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동백섬 너머 붉은 태양
11월의 주말 새벽, 동백섬 숲 너머로 붉은 태양이 조심스레 수평선 위로 떠오르며 해운대의 하루를 열었다.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여주에 있는 집사람과 둘째에게 단체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직장 생활에 육아까지 시작한 둘째에게, 하루하루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마음을 담아서였다.
큰아이도 함께 보았다면 좋았겠지만, 얼마 전 사소한 말다툼 끝에 단톡방을 나갔다. 원래는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시국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생각 차이로 대면대면해졌다.
해운대의 카페에서 동남아 관련 책을 읽던 중, 조간 뉴스에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 관련 사진을 보게 되었다. 여러 공직자들이 조사받는 모습을 떠올리자, 과거 함께 일하던 후배들의 얼굴이 겹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카페 밖 산책로에서는 달리기 모임의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떠들고 있었다. 그 소란스러움이 뉴스의 무거움과 묘하게 대비되었지만, 오히려 일상의 소리 같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작년 12월의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를 떠올리면, 많은 국민이 놀라고 당황했던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이나 정부 각 부처에서 일했던 공직자들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조사를 받는 모습이 마음 아프기도 하다.
그럼에도 역사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법이니, 먼 훗날 이 시기를 돌아볼 때 역시 모두가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조치가 보여주기식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우리는 식민지 시대, 한국전쟁, 민주화 과정, 정권 교체의 역사를 지나오며 무수한 평가와 조사를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친일·반공·민주화·전 정부 관련 논란 등 다양한 이름들이 붙고 사라졌다.
역사 속에 사는 사람으로서, 결국 우리의 말과 행동은 언젠가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식의 선에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번에 조사를 받는 공직자들에게도 “이 또한 지나간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무거운 시간이겠지만, 언젠가는 지나가고 다시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동백섬 너머 해운대 수평선 위로 태양은 오늘도 떠오르고, 내일도, 모레도 떠오를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을 이유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