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뒤로하며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바빠진다.
평소엔 연락 한 번 없던 사이도, 송년 모임이 몰린 시기가 되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며칠 전, 요즘 유난히 여유 없어 보이던 한 지인에게 해운대 여명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이 사진만 봐도 위로가 되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달력은 이제 한 장만 남았고, 부산영어방송에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두 진행자가 만담을 나눈다.
한 사람이 새해 다짐으로 “이번엔 꼭 Gym에 가겠다”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진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다짐이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의 느닷없는 계엄 이후, 각종 재판과 정치 뉴스가 쉼 없이 쏟아졌다.
정치권의 정쟁은 멈출 줄 몰랐고, 국민들은 어느새 둘로 나뉘어 진영의 언어 속에 갇혔다.
유튜브 화면 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통합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상 밖도 다르지 않았다.
가자지구의 무력 충돌은 일단락되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몇 해째 끝을 보이지 않는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은 외부 중재에도 불구하고 다시 불붙으며, 오래된 이웃들이 총부리를 겨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숨이 막히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은 일은 있었다.
계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경주 APEC 정상회의는 흠잡을 데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대통령이 아세안, G20, G7, 유엔 등 주요 다자회의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단체사진들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이런 국내외 혼란 속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공직자들 역시 매일이 가시밭길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고, 속으로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랬다.
이제 곧 2026년 새해다.
지금 이 사진처럼, 해운대의 여명 뒤로 아침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 빛은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지쳐 있던 사람들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리고,
다가오는 새해에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보라고 속삭여 줄 것이다.
해운대를 직접 보지 않아도 좋다.
사진 한 장, 기억 속의 빛, 혹은 마음속 바다 하나면 충분하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그리고 새해의 첫 아침에,
우리 모두가 해운대 여명을 함께 바라보듯
조용한 위로와 작은 희망을 품는
그런 2026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