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해운대의 봄모습

그래도 오는 봄

by 동남아 사랑꾼

나른한 3월 주말 오후, 봄볕이 겨든다. 살랑살랑 바람에 해운대 바다 물결이 빛에 비춰 반짝인다. 저 멀리 장식용 뽀쪽헌 닻을 단 유람선이 지나간다.


갈매기 떼가 무리지어 뱃머리 주위를 맴돈다.


바닷가에 늘어진 해송(곰솔) 아래 노란 민들레가 피고, 보라색 광대나물이 웃자라 기린마냥 목을 빼고 꽃대를 드러내고 있다. 수국 밑둥에도 초록 새싹이 돋는다.


나이든 분 몇 명이 날리는 연들이 고층 빌딩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 모습이 신기한 듯 연 실타래 가까이 가서 줄을 잡았다 놓았다 장난치는 꼬마의 몸짓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득, 각자의 마음속 고향집 마당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렇게 찾아오는 봄 한편에, 지난 겨울을 견디지 못해 잿빛 잎으로 덩그러니 서 있는 동백나무가 있다. 어쩌면 지난 겨울의 추위 속에서 조용히 스러져간 생명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봄은 다시 온다. 살아남은 가지에서는 어김없이 새순이 돋고, 꽃은 다시 피어난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계절에는 잎을 떨구고, 어떤 시간에는 멈춘 듯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이 끝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겨울을 통과한 나무만이 더 단단한 봄을 맞이하듯, 우리의 삶도 지나온 시간의 흔적 위에 다시 푸른 계절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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