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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Grito

해운대 버스킹

by 동남아 사랑꾼


부산에 내려온 후 산책을 많이 한다. 집이 해운대에 있어 저녁 후 당뇨 수치도 낮출 겸 해운대 해변을 걷는다. 겨울에도 부드러운 해풍이 불고 하늘엔 달이 뜨있는 모습을 볼 때면 공짜 친환경을 즐길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

해운대 입구 The bay 101 야경


젊은 청년이 추워도 빠지지 않고 늘 내 저녁 산책에 버스킹을 한다. 근데 음이탈이 다반사이고 고음 파트에선 소리를 지른다. 마치 뭉크의 그 유명한 그림 '외침(El Grito)'에서 들리는 외침처럼 말이다. 그림처럼 귀를 막고 싶지만 그럴 순 없어 속보로 빨리 지나간다. 한편으론 그의 성실함과 집요함에 박수를 보내지만 지나가는 사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은지 옆에서 노래 부르는 부부에게 그 청년 가수의 노래 품평을 해달라고 하니 그분들이 '이 청년은 가수도 아니고, 자기만족에 노래 부르고 있다며, 혹시 중지시키고 싶다면 해운대 구청에 민원을 넣어라'라고 한다. 자기들도 노래도 방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가 이곳에서 연습에 연습을 해 음이탈이 없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그를 보며 나 또한 살면서 돼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글을 쓰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다 보니 동병상련을 느낀다.


청년처럼 단골 가수인 그 근처에서 휠체어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한 여성은 노래를 썩 잘한다. 구정 연휴를 앞두고 그녀 앞에 놓인 기부금 상자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부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럴 때마다 그 여성 가수는 노래를 잠시 멈추며 '고맙습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화답한다. 나도 하고 싶은데 현금이 없어 못하지만 설연휴 후 올 땐 현금을 준비하련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뛰워 놓고...'에서 시작하는 김정호 가수의 대표곡 '이름 모를 소녀'를 시작하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 옛날 소녀가 떠오른다. '이제 그녀도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되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여성 가수의 노랫소리를 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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