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적 무상
이래서 해운대인 모양이다.
6.18 장마 시즌엔 해운대 해무가 마린시티를 이렇게 삼키고 있다. 그래서 해운대가 좋다는 집사람
6.20 동백섬에서 본 마린 시티
천 년 전 당대 천재 고운 최치원이 황실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으로 40여 세 장년의 나이에 관직을 버리고 자유롭게 방랑생활울 하던 중 가야산 입산길에 해운대에 잠시 들러 동백섬 바위 위에 '해운대'라는 글씨를 새긴 그때도, 지금 처럼 앞을 못 볼 정도였을 것이다. 그는 냉혹한 현실과 찰나적 아귀다툼을 안개와 함께 날려 보내고 홀홀히 산속으로 떠났을 것이다.
5월 말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운대 해무
해무가 저 넘어 과잉 도시의 상징인 저 못난 101층 고층 빌딩의 흔적을 지울 만큼 자욱한다.
해운대 축제 준비로 모래성을 쌓아 만들고 있는 미완성 거대 조각상도 덮고 있다.
시지프스가 힘들게 밀고 올라간 바윗돌이 다시 뒹굴며 내려올 때처럼
지난 20년 해운대 모래 축제는 모래성을 쌓고, 사람들의 환호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사라져 간다.
해무는 낮의 어둠이다. 때론 우리는 눈부신 빛이 가려진 안개가 주는 찰나의 편안함과 익명성 때문에 현실의 추함을 덮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렇지만 그런 현실은 빛에 밀린다.
그래서인가 인간마음을 읽고 해운대 수평선을 넘어온 아침 햇살은 은빛 바닷물 위에 반짝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