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파도 매표소에 근무한다고 말해놓고, 정작 매표소에 대해서는 별로 정보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잘 아는 형님이 매표소 사진을 올려달라고 해서, 아, 내가 매표소 사진은 외부만 올렸을 뿐 내부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파도는 대부분 과거의 지은 집을 개량해서 살고 있는데, 유독 모던한 건물들이 몇 채 있다. 대기업 현대에서 가파도의 땅을 매입하여 지어 놓은 건물들이다. 그중 가장 큰 건물은 아티스트 레지던스라고 예전에도 몇 차례 사진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도 카페처럼 지어진 건물들이 몇 채 있는데, 그중 한 장소가 바로 가파도 터미널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매표소 건물이다. 정확히는 매표소만으로 지어진 건물은 아니고, 청보리 축제 때에는 지역의 특산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청보리 축제가 3~5월부터 열리면 이곳은 가장 붐비는 장소가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30분 간격으로 관광객이 200여 명씩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말에다 겨울이기도하고, 하도 날씨의 변덕이 심해서 하루 걸러 하루 일하는 장소가 되었지만, 이제 곧 봄이 되면 나도 초보티를 벗을 것이고, 이곳 터미널도 관광객으로 북적될 것이다. 이 터미널은 가파도의 면적이나 200여 명 되는 인구에 비해 큰 편이다. 물론 원주민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관광객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렇게 크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주변 환경에 어울리도록 예술적으로 낮게 지어져서 가파도에 들어오며 마음을 편하게 한다. 내부는 대략 100평 정도는 되고, 화장실은 모두 비데가 설치되어 있으며, 냉난방이 확실하고, 비바람, 눈보라에도 끄덕 없는 견고함을 유지한다. 비바람이 몹시 불던 날도, 문을 닫고 안에 들어와 있으면 조용하여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느낌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가파도 터미널은 멋진 공간이다. 물론 잘 살펴보면, 이곳저곳 수리해야 할 부분도 있고, 따지자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근무처로 삼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나 혼자 근무한다는 것이다. 상관의 지시도, 동료의 참견도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CCTV가 있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다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근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곳이니 알아서 눈치껏 정성껏 일하면 된다.
아직까지 이사한 곳에 인터넷이 설치가 되어있지 않아, 인터넷이 필요한 작업은 주로 이곳에서 하고 있다. 지금 이 글도 매표시간 중간 쉬는 시간에 짬을 내서 와이파이망을 통해 작성하고 있다. 나는 결항이 되든, 정상적으로 근무하든 될 수 있으면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나만의 시간을 30분 정도 이곳에서 보낸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인터넷상으로 할 일이 남아있으면 이곳에 남아 작업을 한다. (물론 내 거주처에 인터넷이 깔리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혹시나 가파도에 들르실 일이 있으면 아는 척하시기 바란다. 혹시 아는가? 최고의 맛집을 소개해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