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아내가 온다

2024. 1. 9.

by 김경윤

아내가 온다.

가파도에 내려와서 혼자 지내자니 아내와 통화가 많아졌다. 마치 하루 일과를 보고 하듯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최소 한 통화 이상은 한 것 같다. 아마 살면서 가장 많이 통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통화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내가 내려온 김에 당신도 가파도 한 달 살이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내는 솔깃해하며 좋은 생각이라고 응대했다.

1월은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쉬는 달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이곳의 날씨가 아내의 건강에 어떨지, 아파트에서 따뜻하게 살던 아내가 찬바람이 슝슝 부는 허름한 집에서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 새벽에 화장실을 갈 경우 잠이 다 깰 위험성도 있다. 잠자리가 까다로운 아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래도 한 일주일 정도는 버티지 않을까?


어쨌든 아내가 온다.

아내를 위해 커튼도 달고, 식탁보도 교체하고, 냉장고에 아내랑 먹을 식재료도 가득 채워놨다. 그리고 쿠팡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흑당근과 사과도 한 박스씩 주문해 두었다. 아내가 오면 물론 부족한 것 투성이겠지만, 이곳에서 이 정도 준비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에, 아내랑 온전히 함께 보내기 위해, 줌수업도 휴강했다. 쉬는 금요일에는 아내와 대정읍으로 가서 필요한 물품도 사고, 맛있는 제주음식도 먹어볼 계획이다.


조금 있으면 아내가 온다.

11시 45분발 비행기를 탔으니, 1시 버스를 탈 것이고, 3시 배를 탈 것이다. 필요한 물건들은 미리 소포로 부쳐서 이미 도착했다. 아내는 가볍게 배낭 하나 메고 온다. 아내를 위해 보일러에 등유도 잔뜩 받아놨다. 아내가 있는 동안이라도 보일러 아끼지 말고 따뜻하게 지내야지. 그리고 가파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구석구석 보여줘야지. 특히 가파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같이 보며 매표소까지 걸어봐야지. 매표소는 따뜻하니 매표소에 아예 아내 자리를 하나 마련해 둘까? (오버겠지?)


아내는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우리 집에 드나드는 고양이를 보면 기겁은 하지 않을까? 아마도 고양이들이 더 기겁해서 도망칠 테니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아내도 길고양이들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내가 여기서 오래 살지는 않을 테니. 아내가 온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이 설렌다.


드디어 아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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