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와 벚꽃이 한창인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막내 고양이 레오가 다가왔다. 레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야옹거리기 시작했다. (…) 문득 레오가 내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다시 고양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법을, 기억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을 쓰기 전과 쓴 뒤의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귀가 더 열리고, 마음이 더 열렸다. 그것은 순전히 말의 힘, 소통의 힘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직업도 있나 살펴보았다. 물론 기존의 수의사가 있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직업도 많아졌다. 반려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간호사, 반려동물 매개 심리치료사, 반려동물 훈련사, 반려동물 장례사 등등.
김중미의 장편소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아마도 반려동물 매개 심리치료사가 읽으면 딱 좋을 소설이다. 김중미는 암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 가운데서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탐색하는 소설을 써왔다. 이번에는 그 희망의 매개가 고양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동물)들은 하나 같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서 삶이 뒤틀리고, 심리가 위축되어 있다. 작품 소개글마따나 " 세상에서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다친, 저마다 아픈 사연을 지닌 고양이들을 통해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서로 소통하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말의 힘, 소통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가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중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동물들을 의인화하는 소설은 흥미로우면서도 위험하다. 동물들의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를 상상하여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할 때의 흥미로움이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인간의 상태나 감정이나 도덕을 동물에게 적용하여, 동물들의 감정이나 삶을 왜곡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물들에게 감정이입하는 소설에 쉽사리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다. 사실 김중미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동물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설정이나, 동물(개나 고양이)들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방식은 어딘가 모르게 작위적이고 위태로워 보였다.
만약에 내가 동물들을 소재로 동화나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너무 인간중심적이지 않게,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아직은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가 그저 오해의 산물이 아니듯이, 우리는 서로 관계 맺으면서 서로 변화해 간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점을 잘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김중미 소설가는 오랫동안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맞아들여 한 집안 식구처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도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에서 진실성이 보인다.
가파도의 고양이들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고양이들에게 하는 말들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 우리의 삶에서 생각이나 말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칠까? 생각과 말없이도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