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2024. 1. 19.

by 김경윤
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은 정용준의 <선릉 산책>이라는 작품이었고, 김금희의 작품은 최종후보작이었다.

그 뒤로 또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예를 들어 벽의 못에 노끈을 걸고 목을 매려 할 때마다 그것, '다라이'에 있는 그것들이 그의 죽음을 간섭했다. 어떻게 한단 말이냐, 저것들을. 그 간섭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는 며칠을 더 살았고 나중에는 그냥 자기 자신을 고양이에 기탁했다. 어떻게 보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죽을 수 있는 주체에서 간섭받는 객체로 물러선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 괴괴한 단독주택에서 움직이고 먹고 눕고 싸고 울고 할퀴는 유일한 생명체였으므로 고양이에 집중하는 것은 삶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실이 그를 죽음에서 건져냈다. (239쪽)

- 김금희,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중에서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그러니까 아내가 가파도로 온 후, 쉬는 날 송악도서관에 책들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들을 대출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2월 말 송악도서관은 10권의 책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마치 월말 보너스처럼 매월 말이 되면 그런 혜택(?)이 주어진다. 그래서 아내가 오기 전에 10권의 책을 대출받았고, 아내와 함께 송악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이제 5권의 책을 대출해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5권의 책을 미리 선정하여 서가에서 찾고 있는 사이, 아내는 전시되어 있었던 김금희의 산문집 《식물적 낙관》을 집어 소파에서 읽고 있었다. 내가 5권의 책을 다 대출하려고 할 때 아내는 말했다.


- 이 책 빌려가면 안 돼? 가파도에 있는 동안 읽으려고.

- 되지.


내가 빌리려 한 책 중 한 권을 덜어내고 아내가 선택한 김금희 산문집을 함께 대출했다. 아내는 가파도로 돌아온 후 다시 고양으로 갈 때까지 틈틈이 책을 읽다가 떠나기 전날 나에게 다 읽었다며 책을 내밀었다. (마치 당신도 읽어보라는 듯이.) 아내에게 김금희 산문의 어떤 점이 좋냐고 물었더니,

- 문체가 좋아. 글이 깔끔하게 잘 읽혀.

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내 글을 읽으면서 문체가 좋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속으로 살짝 질투심을 느꼈다.) 아내는 이어,

- 당신은 요즘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읽으니까 동물적 책 읽기를 한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 나는 동물보다는 식물에 관심이 많으니까 《식물적 낙관》이라는 책에 눈이 들어왔나 봐. 그런데 김금희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니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라는 작품도 있네. 단행본은 아니고 16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어. 한 번 찾아 읽어봐.


그리하여 품절된 책을 인터넷 중고서점을 뒤져 찾아 주문했는데, 그제 배달되어 왔다. 물론 나의 책꽂이에는 아내가 두고 간 《식물적 낙관》도 고스란히 있고.


오늘 출근을 했는데, 풍랑주의보로 오늘내일 결항된다는 통보가 왔다. 갑자기 근무일이 공중으로 떠버리며, 강제 휴무에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아내가 추천한 작품들을 읽어봐야겠군 생각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읽은 작품이 김금희의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이다.


평생을 시키는 대로만 살아오던 주인공은 삶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기도하려 하지만 주변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한다. 마지막 그의 자살기도를 막은 것은 집 밖에 놓여있는 '다라이'에다가 길냥이가 낳고 간 고양이들이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새끼고양이들을 집안에 들이고, 키우며, 그들에게 기탁하여 삶을 연장하며 살아간다. 평생을 다녔던 직장에서 해고 위기가 찾아와도, 그는 부업(?)으로 길 잃은 고양이들을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 노릇을 하며 사는 이야기다. 단편이니 더 이상은 스포가 될 듯하여 여기서 멈춘다.


아내 말마따나, 문체가 깔끔해서 글이 술술 읽히고 흡인력이 있다. 이어 산문집 《식물적 낙관》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의 한 대목만 더 소개한다.


"그는 고양이들이 앉아 있는 소파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그 옆에 엉덩이를 - 거의 십 년 만에 - 스윽 들이밀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몸을 옮겨 그의 자리를 마련해준 것 이외에는."


나는 이 문장을 읽다가 독서를 한참이나 멈췄다. 이유는 있겠지만, 주저리주저리 쓰고 싶지는 않다. 사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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