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고양이

2024. 1. 21.

by 김경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이 시간과 공간은 내 영혼이 현신을 위해 선택한 차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내 적들과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무수한 장애물들은 나의 저항력과 투쟁력을 확인하게 해준다.

내가 부닥치는 문제들은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나는 내 행성을 선택했다.

나는 내 나라를 선택했다.

나는 내 시대를 선택했다.

나는 내 부모를 선택했다.

나는 내 육체를 선택했다.

나를 둘러싼 것이 내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순간 나는 불평할 수도 부당하다가 느낄 수도 없다.

나는 내 영혼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특정한 시련들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혹시라도 내가 잊어버릴까 봐 이 메시지는 밤마다 꿈으로 나를 찾아온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내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진화시키기 위해 일어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31. 피타고라스의 지혜


고양이와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 와중에 박종천 선배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도 재밌다고 추천해 주었다. 베르베르의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내가 《고양이》는 안 읽었나? 송악도서관에서 1, 2권을 일단 대출해 왔다. 1권을 읽으려고 하는데, 이미 읽었다는 기시감이 확실히 든다. 가볍게 훑어보니 과연 예전에 읽은 책이다. 그런데 왜 기억하지 못하지? 책이 재미없었나? 아니면 나이 탓?


파리에 살고 있는 집고양이 바스테스의 관점에서 테러와 페스트가 창궐하는 파리 시내의 인간자멸의 현장을 목격한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천재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운다. 그리고 쥐떼들의 습격으로부터 도시를 탈환하기 위해 인간과 고양이들은 군대를 창설한다. 과연 인간과 고양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원제가 《내일은 고양이》였으니까, 인류의 뒤를 이을 지구의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걸까? 베르베르 특유의 지식과 유머가 잘 버무려진 소설이다. 하지만 다시 다 읽고 나서도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이제 베르베르의 소설이 식상해졌나? 초창기만큼 기대가 크질 않다. 상상하는 대로 흘러간다. )


위의 인용 부분은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흡수한 천재 고양이 피타고라스의 지혜를 정리한 31장을 옮긴 것이다. 나는 이 지혜를 나에게 적용해 본다. 동의할 수 있는 문장이 몇이나 될까? 여러분도 헤아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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