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신작 소설

2024. 2. 12.

by 김경윤

-마음은 어때요?

지안 씨는 이 통화가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상 해외에 있더라도 인터넷이 되니 연락은 주고받을 수 있는데. 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빌미로 삼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죽으려고 했던 날들. 모두 완전히 무너졌던 날들이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모든 게 끝나는 것 같았어요. 지안 씨가…… 그렇게 묻기 전까지, 아니, 물어왔던 날도.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완전히 무너져 봤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새롭게 살아볼 수 있다고.

-지금도 무너져 있어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태랄까. 그러니까 지안 씨도…….

-……?

-지안 씨도 이제 쌓아 올려봐요. 다 무너트려서라도, 끝까지 떨어지더라도 다시 시작해 봐요. 지금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잖아요. 이렇게 안부를 묻고, 대답하고, 대화하는 지금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잖아.(301~2쪽)


- 이수연,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중에서



이수연 작가가 보내온 신작 소설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를 다 읽었다. 이수연스러운 소설이고, 이수연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수연은 정신병동에 입원해서 쓴 일기로 첫 책을 낸 이후에 한 해에 적어도 한 권씩 꾸준히 책 쓰는 작업을 해왔다. 주로 에세이로. 그런데 이번에는 장편소설이다. 이수연 작가가 독립출판사를 차려 스스로 출간한 단편소설집은 읽었지만, 정식으로 출판사와 작업을 해서 내놓은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동안 에세이를 쓰면서 쌓아온 내공이 장편소설을 통해 꽃을 피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니, 이수연 작가는 오히려 소설이 더 잘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으로는 소설을 위주로 작업하면서 에세이는 가끔 내라고 말해주었다. 첫 장편소설이지만, 첫 작품이라고 생각 들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상황에 어울리는 심리묘사, 사태를 진전시키는 깔끔한 문체, 3박자가 잘 갖추어진 소설이었다.


이수연 작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터라, 소설 속에서 자꾸 이수연과 주변 등장인물들이 소설의 인물로 등장하는 듯한 데자뷔 현상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살 시도, 우울, 심리치료, 글쓰기, 현재적 삶 살기, 용기 등이 이수연을 맴도는 주제어인데, 이번 소설에서는 그 모든 것을 종합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나는 이수연 작가가 자신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소설가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이미 잘 팔리는 책이지만, 아직 대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니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해외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출간을 하자는 제의를 많이들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갑다. 술을 사 주는 처지에서 술을 얻어먹을 수 있는 처지로 변화된 것 같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자, 이수연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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