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해석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은 삶과 죽음을 생명이 있고 없음으로 나누어서 생각하기에 '사람 안에 생명이 있다'고 믿습니다. 즉 사람뿐 아니라 생물 각각에 개별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지요.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연결고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거꾸로 '생명 안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에서 생명은 개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펼쳐지는 '생명'이란 공간 안에 모든 존재의 움직임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은 '개별적인 생사의 반복'이 아닌 '끊이지 않는 우주의 호흡'이지요. 그곳에는 빼앗길 생명도, 부여되는 생명도 없습니다.
어떤가요? 완전히 상식의 틀을 벗어난 이야기지요?
그러니 만약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눈을 뜨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떠돌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살고 있는 '해석의 세계'에도 나름의 진실이나 질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는 가슴속에 품고 따르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46~7쪽)
오전에 잔잔하던 파도가 오후가 되니 거세진다. 오늘은 1시 20분에 막 배를 보냈다. 돌풍이 거세게 일자 너울성 파도가 높아져 페리호가 종이배처럼 출렁였다. 배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거나, 공포에 질려있을 수도 있겠구나 상상했다. 매표소 밖에서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섬생활을 했던 사람도 파도의 흐름을 전부 읽어낼 수는 없다. 거대한 자연의 세계를 인간의 생각 안에 가두는 것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리라. 그러면서도 우리는 하늘에 대해서 파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 마치 하늘도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파도에도 인격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하늘은 우리의 생각과 상관없이 변화한다. 그런 점에서 하늘은 무심하다. 그것을 노자는 '천지불인'이라고 말한 것인가.
막 배를 보내놓고 갑자기 생긴 빈 시간(?)에 구로사와 이츠키가 쓴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읽는다. 내가 이 책을 주문하여 읽는 것은 사계절출판사에서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의 후속작으로 《노자, 가파도로 가다》(가칭)을 쓰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소설의 구성과 흐름은 잡아놓았지만, 그전에 도덕경을 소설처럼 쓴 책이나 청소년용으로 쉽게 쓴 책이 있으면 몇 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이 책이다.
저자 구로사와 이츠키는 광고크리에이터로 성공했으나 과도한 업무로 우울증을 앓고 기억장애에 걸린 적이 있다. 일을 접고 치료에 일환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철학적 영감을 기록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종교와 문학, 철학을 넘나드는 집필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은 《도덕경》을 읽으며 떠오른 영감을 정리한 것이다. 《도덕경》을 광고크리에이터답게 간결하고 명료하게, 게다가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머리글을 소설처럼 써놓은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지식인이나 전공자처럼 아는 척, 잰 척하지 않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쉬운 사례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리고 대상 독자를 젊은이로 삼아 대화체로 쓴 것도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다. '해석의 세계'와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노자의 개념을 끌어안아 설명하는 것도 나름 멋진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주로 '해석의 세계'에 빠져 사느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감지하지 못하는데, 그 반쪽짜리 세계에 빠져 살게 되면 불행해진다. 책 제목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어떠한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