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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1. 2024

오늘 : 달력을 넘기며

2024. 3. 1.

오늘은 3월 1일 금요일, 법정공휴일이자 나의 정기 공휴일이다. 가파도에서는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은 날이다. 태극기는 없어서 문 앞에 걸진 못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3.1절을 생각하며 마음속에 태극기를 달았다. 1919년 3월 1일. 일제 치하에서 살고 있었던 우리 국민이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세상에 천명한 날. 일제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난 날. 그리하여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국민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총의를 결의하는 날. 가장 멋진 날. 가장 씩씩한 날.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다.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휘날리던 날. 태극기를 휘날리다가 죽을 수도 있었던 날. 다시는 절망에 빠지지 않겠다는 희망의 국민들이 건국을 선포한 날이다. 이에 희망을 얻은 사람들이 1년 후에 망명임시정부를 세우고 조국의 독립을 위한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인문학을 같이 공부하는 지인이 보내준 달력. 고양이와 개가 배경사진이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 2월 달력을 넘기고, 3월을 맞이했다. 하루가 끝나면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2월 중 온전히 7시간 노동을 한 날을 헤아려보니 6일이다. 아이고 많이 힘들었구나. 3월 새로운 달력을 바라보고 기원한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근무하자. 

3월에 새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두 가지다. 청소년 소설 <노자, 가파도로 가다>(가칭)를 쓰기 시작하기. 성인 에세이 <노자의 사랑법> 연재하기. 이제 가파도에서 3개월을 일했으니 초보 딱지는 뗀 셈이다. 꽃피는 3월부터 5월까지는 가파도에서 가장 바쁜 기간이다. 청보리 축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4월을 전후하여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기간이다. 아마도 매표소도 그만큼 분주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하루하루 반복되는 루틴과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리추얼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기. 해 뜨는 모습을 보며 출근하기.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기. 어차피 자동차가 없으니 잘 걷고 잘 자전거 타기. 하루에 한 편 이상씩 꼭 쓰기. 한 달에 10권 이상 책 읽기. 매일 한 통화 이상 가족과 통화하기. 마당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잘 챙기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기!


자, 다시 시작이다.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소개하는 것으로 3월을 시작하자.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흔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밋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폭은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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