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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12. 2024

오늘 : 소설가 김한수의 방문

2024. 3. 12.

1.

그러니까 어제(3.11일) 오후 3시 배를 타고 김한수가 방문했다. 4.3 문학상을 심사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는데, 잠깐 짬을 내서 가파도로 들어온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 오후 내내 비가 내렸고, 내일은 오후에 풍랑주의보가 내릴 위험성도 있었다. - 들어오게 할까 망설였지만, 비야 우산을 쓰면 되고, 풍랑주의보는  오전에 첫배로 섬에서 나가게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보지 못하면 제주도에 지낼 동안 보지 못할 것이 십중팔구였다.

배낭 하나 메고 단출하게 선착장에서 걸어오는 한수를 보면서, 씽긋 웃고 손을 흔들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전에 비행기 타고, 내려서 버스 타고, 다시 표를 끊고 배를 타는 사이 짬이 별로 없었나 보다. 컵라면이라도 먹으랴 물었지만, 퇴근 후에 같이 식사하겠다고 한다. 퇴근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한수의 빠른 걸음이라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시간이다. 우산을 쥐어주며 한 바퀴 돌고 오라고 말했다.


마지막 배를 보내고 나니 한수가 돌아왔다. 관광객들이 떠나고 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뭘 사 먹으려고 해야 먹을 곳이 없다. 지인 찬스를 쓰기로 했다. 집을 얻어준 일찌 누나에게 막걸리 한 잔 할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마침 근처에 새로 생긴 '꼬치삼춘'집이 있었다.

원래는 문 닫을 시간인데, 미리 부탁하여 가게로 들어가 문어다리, 소라, 핫바, 소시지 등을 시키고 가파도 청보리 막걸리를 한 잔 했다. 몇 순 배 도니 배도 부르고 취기도 살짝 오른다. 비는 계속 오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 막걸리 2통과 구운 소라를 추가로 구입하여 배낭에 넣고 우산을 쓰고 집으로 왔다.

꼬치삼춘집을 소개해준 일찌 누나, 가게 주인, 김한수랑 한 컷.

집에 있는 탁자 앞에 막걸리와 안주를 꺼내놓고,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고, 캔 맥주도 꺼내서 2차를 조촐하게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니 이야기보따리가 잔뜩이다. 고양시의 자유농장 이야기,  문학작품 심사 이야기, 지인들의 동향, 가파도에서 사는 이야기, 집을 마련한 이야기, 평소애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 둘이 앉아 이야기하는데 그칠 줄 모른다. 한수는 내 사는 꼴(^^)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고양시에 올라가면 반찬을 챙겨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나오면 제주도에 있는 작가들도 소개해 주겠다고 시간을 내란다. 고맙다고 했다.

10시 넘어서까지 진행된 2차를 급마무리 한다. 마음 같아서야 밤새워 이야기도 나누며 술을 마시고 싶지만, 체력도 체력이거나와 내일 모두 일을 해야 하니 아쉽지만 이제 그만. 잠자리를 봐주고 한수를 안방에서 재운다. 나는 공부방에서.


2.

아침에 일찍 일어나 콩나물김칫국을 끓였다. 어젯밤 술을 먹었으니 해장을 하기 위해서. 국밥을 먹듯이 밥에 국을 말아 간단한 밑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은 한수와 함께 해가 뜨는 해안길을 따라 출근한다. 아직은 바닷바람이 차다. 매표소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씩하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다. 이제 한수는 한수의 길을 따라 제주도로, 나는 내 길을 따라 매표소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잘 가라. 한수야. 금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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