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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16. 2024

오늘 : 부성식당

2024. 3. 16.

가파도는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자연의 경이를 느낄 수 있는 참 좋은 관광지이다. 하지만 가파도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그리 편안한 곳은 아니다. 관광객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대에는 모든 편의점과 음식점, 카페가 문을 열지만 관광객이 모두 나가는 4시 이후로는 대부분이 영업을 종료한다. 그러면 편의점도, 음식점도 술집도 없는 섬이 된다.

나 같은 주민은 일이 끝나는 저녁 시간에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술이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밥(술) 집이 간절하다. 주민을 위한 음식점, 주민을 위한 술집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맸다. 주민들에게 물어봤더니 하동에 부성식당이  있단다. 가보았더니 관광객이 없는 겨울철이라 그런지 휴업 중이었다. 보통 주민들은 부성식당에서 저녁시간에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한단다.


"부성식당 문 열었어."

일찌누나가 지나가면서 말한다. 내가 언제 부성식당은 문 여냐고 하도 물어봐왔기 때문이다.

"정말요? 그럼 오늘 저녁부터 식사가 가능한가요?"

"가능할걸? 이따 저녁때 밥 한 끼 하시려고?"

"네. 같이 하실래요?"

"그럼 이따 5시쯤에 봐요. 오늘은 내가 쏠게."

드디어 부성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주인네는 제주도에 일 보러 나가고, 아들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간단히(?) 부시리 회, 소라구이, 멍게를 시키고, 나는 소주를 일찌누나는 맥주를 마셨다. 나중에는 해물라면으로  마무리. 실컷 먹었는데도 5만 원 안팎이다. 역시 주민용 식당 - 그렇다고 주민만 받는 것은 아니다. 관광철에는 관광객, 숙박객, 주민들로 북적된다고 한다. -이라 그런데 저렴하고 알차다.

일찍이 나는 관광객 맛집과 주민 맛집을 구분한 바 있다. 모양새는 관광객 맛집이 훌륭할지 모르지만, 양질에 있어서 주민 맛집이 훨씬 웃길이다. 그래서 오래전 제주도에 강의를 하러 내려왔을 때에도 주민들이 찾아가는 맛집을 소개받아 식사를 했다. 현지인의 선택은 대부분 옳았다. 차림새야 좀 투박하고, 맛은 도시인의 입맛에 살짝 안 맞을 수도 있지만, 현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집이다.


가파도로 이사와, 쓸쓸하고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단골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야 찾은 것 같다. 내가 가파도에 있는 동안, 나의 단골집은 부성식당으로 정했다. 크지 않고 아늑하고 푸짐하고 가격도 적당하다.

관광 와서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원한다면 하동 해안가에 위치한 부성식당을 추천한다. 혹시 모르니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오면 헛걸음을 안 할 수 있다. 가격 대비 맛과 양은 보장한다. 게다가 친절하다. 그거면 최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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