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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03. 2024

오늘 : 가파도 터미널 도서관

2024. 6. 3.

1.

가파도에는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 섬바깥으로 나가면 대정읍에 송악도서관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버스노선이 없어 자가용이 있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나 같은 뚜벅이는 운진항으로 나가 버스를 타고 내려 10분 정도 걸어야 송악도서관에 갈 수 있다. 모처럼 쉬는 날 도서관을 들르면 많은 시간이 소모되어, 다른 일을 보지 못하게 된다. 아니면 아주 분주하게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가파도에 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을 차릴 만한 공적 장소도 없고, 개인의 부담으로 세를 내고 작은 도서관을 차릴만한 경제적 여유는 없다. 나중에 돈이 좀 모이면, 거주지의 한 귀퉁이를 도서관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2.

그건 그거고. 매표소에 근무하다 보니 배를 기다리는 시간에 그림책이나 간단히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초등학생용 그림책과 교양도서를 20여 권 갖춰놓고는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한 양이다. 그래서 송악도서관에 갈 때마다 가파도에 책을 좀 기증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드디어 책을 받았다. 팔여 권에 가까운 책을 배에 싣고 옮겨놓았다.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합하면 백 몇십 여권은 되리라. 시작으로 나쁘지 않다.

이제 이 책을 전시할 책장이 필요한데, 쿠팡에 시켜도 도서지역이라 책장이 배달되지 않는다는 답신을 받았다. 조립식으로 시켜도 택배가 되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회사에서는 책장을 알아서 주문하고, 주문한 금액만큼 나중에 청구하라고 한다. 주문이 돼야 청구할 텐데 주문 자체가 안 된다. 그렇다고 비싼 바지선에 책장을 싣고 오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우선은 섬에 사시는 주민들 중에 커다란 책장을 가지고 계신 분 중 기증할 분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3.

고작 책 100여 권으로 도서관이란 명칭을 붙이기는 좀 뭐 하긴 하다. 혹시 좋은 그림책이나 교양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짧은 시집을 기증하실 분이 있으면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시면 좋겠다. 관광객들이 배를 기다리며 남는 시간에 읽을 것이라 너무 어렵거나 두꺼운 책은 구비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린이, 청소년만큼이나 노인들도  그림책을 좋아하니, 그림책을 많이 구비할 생각이다.


택배로 보내주실 주소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로 246 가파도 터미널이다. 매표원 김경윤에게 보내주시면 된다.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늘이 도와, 멋진 도서관 후원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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