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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05. 2024

오늘 : 제비

2024. 6. 5.

1.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다."라고 쓰지만 제비가 살았던 강남이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흥부전에서는 박씨를 몰고 돌아오지만, 그런 것을 물고 온 제비를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제비가 씨앗을 옮기는 역할도 했을까? 모르겠다. 어쨌든 가파도 터미널에 제비집 세 개가 있고, 두 개의 제비집에 제비들이 돌아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분주히 먹이를 실어 나르는 어미인지 아비인지 모르는 제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은 곳에 집을 지어 새끼를 낳고 키우는  분주한 제비의 움직임을 보면, 곧 새끼들도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할 것이다.

2.

제비의 날갯짓은 갈매기의 그것과 달라, 가볍고 날렵하다. 갈매기가 폭격기라면, 제비는 전투기다. 방향전환이 자유롭게 날개도 날씬하다. 아찔한 속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나에게 만약에 제비날개가 있어 하늘을 난다 해도 저렇게 자유롭게 날 수 없을 것 같다. 속도를 내려면 몸을 가볍게 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이족보행을 하는 동물인 나는 날갯짓을 부러워할 뿐, 감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제비들의 경쾌한 날갯짓을 보며 부러워할 뿐이다. 


3.

문제는 가파도 터미널의 청소와 위생이다. 화장실로 통하는 제비집 밑을 가던 사람들이 제비똥을 맞기도 했다. 그래서 내린 처방이 제비집 밑에 비밀봉투를 붙여놓는 것이었다. 봉투가 펄렁이자, 제비들이 그곳에 거주하지 않았다. 아마도 소음도 소음이거니와, 봉투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두 곳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니, 집을 보강하여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청소하는 할머니는 제비집 밑에 종이상자를 펼쳐놨다. 먹고 싸는 똥을 받기 위해서다.

4.

관광객들은 터미널 벽에 있는 제비집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제비를 보며 신기해한다. 제비가 예전처럼 흔한 새가 아니게 되었나 보다. 나도 가파도에 와서 제비를 드물게 본다. 관광객들은 연신 이쁘다 사진을 찍다가 아래에 뿌려진 똥을 보고 인상을 쓴다. 먹으면 싸는 것은 모든 존재의 생존방식인데도, 우리는 하나는 감탄하고 하나는 외면한다.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이쁜 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더러운 면도 인정하는 것이지 않을까.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한다. 인간은 아직 공생의 윤리까지는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이 그러든 말든 제비는

신나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물어오고

먹이고 싼다.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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