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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05. 2024

7. 무기

도덕경 31장

1.

사람들마다 자신의 무기가 있다. 무기는 마주친 상대방을 다치게 한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외모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잘생긴 외모는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거나 빠져들게 만든다. 반대는 상대방을 무섭게 만들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돈도 무기가 될 수 있다. 큰돈은 상대방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만든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나이도 무기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호구조사부터 하면 상대방 위에 군림하고픈 마음이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나 회사에서의 권력이나 지위도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무기는 총이나 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위에 군림하거나 헤치려고 작동시키는 모든 것은 무기가 된다. 이러한 무기를 많이 장착한 사람은 상대방을 쉽게 여기게 된다. 자신의 위치를 상대방보다 우위에 올려놓을 기회를 노리게 된다. 작게는 개인, 나아가 사회, 크게는 국가가 자신의 상태나 능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대사회는 이 무기의 적극적 사용을 권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기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도 헤칠 수 있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최초의, 최후의 경쟁자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학교가,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가 경쟁을 조장하고, 개인을 전사로 만들기 위해 온갖 장치를 마련한다. 등급과 성과급은 전쟁격려금이다. 현대인은 기꺼이 자신을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자신의 몸을 해치고, 영혼을 파괴하면서도 그것을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학대하고 괴롭힌다. 자신이 전쟁터다.     


2.

인류의 역사는 전쟁사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가 세상을 지배하는 무기라고 말한다. 제국주의의 확산은 바로 이러한 무기가 얼마나 잔인하게 사용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과 기술, 문화와 예술도 무기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아주 쉽게 전쟁용어를 일상언어를 사용한다. 점령, 격파, 침몰, 분쇄, 대결, OO전,.... 소위 문명의 시작, 전파, 확산은 결국 전쟁의 방식으로 이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명국, 선진국이란 결국 전쟁국, 점령국의 미화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는 최첨단 전쟁사회다. 전쟁 무기는 더욱 정교화되고, 침단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화, 관념화, 문화예술화 되었다. 미사일과 탱크, 폭탄과 총칼이 없다고 전쟁이 멈춰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고 집단적 살육이 없다고 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신체와 정신, 마음과 영혼이 전쟁터라면 전쟁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전쟁을 멈출 수 없을까?     


3.

노자가 살았던 시대를 춘추시대(春秋時代)라 한다. 노자보다 연배가 어린 공자가 쓴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시대의 이름을 따왔다. 연합전쟁을 통해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천하를 통일한 주나라의 실질적 몰락기간이었다. 주나라는 존속했지만, 제후국들은 중국의 패권을 놓고 각자 부국강병을 최선의 과제로 여기고 국가를 운영하였다. 강병(强兵)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시대는 전쟁의 시대였다. 부국(富國)은 이 전쟁을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군자금의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농민들은 항시적으로 전쟁준비에 동원되었고, 전쟁 시에는 군인으로 징용되었다. <시경(詩經)>에는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가득하다. 

주나라의 사관이었던 노자는 이 전쟁 상황을 누구보다 많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주나라를 보호하겠다는 명분하에 전쟁은 치러졌지만, 그것이 결코 주나라를 위한 전쟁이 아닌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주나라의 지배력은 점차 약해졌고, 대신 진나라, 제나라, 오나라, 월나라, 초나라 등 5개의 제후국이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


노자는 전쟁과 무기를 시의 소재로 삼아 몇 편의 작품을 남겼다. <도덕경> 31장은 그중에 하나다. 노자는 무기 사용과 전쟁을 반대하였다. 그것은 반생명적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자신의 나라가 승전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뻐하지 않았다. 승리의 환호를 외치기보다 장례식을 치르듯 슬퍼하였다. 전쟁은 죽음을 낳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이겼다는 것은 아군과 적국을 포함하여 수많은 생명을 빼앗았다는 뜻이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사태였다. 지도자가 전쟁과 죽음을 멀리하고 평화와 생명을 가까이하기를 바랐다. 전쟁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부득이한 경우에만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라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싫어하지요

그래서 성인은 이것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지도자는 평소에 생명을 귀히 여기고

전쟁 시에는 죽음을 귀히 여깁니다     

무기는 좋은 것이 아니니

지도자의 쓸 것이 아닙니다

부득이 써야 한다면

최소한만 써야 하지요

전쟁에서 이겨도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이를 아름답다 보면 사람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겁니다

살인을 즐기는 사람은 

큰 세상을 얻을 수 없습니다     

좋은 일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

흉한 일은 죽음을 즐기는 것

나쁜 장수는 죽임에 거하지만

최상의 장수는 생명에 거합니다

말하자면 전쟁은 제사와 같은 것

많은 사람이 죽으면 울어야 하고

승리하더라도 초상치르듯 해야 합니다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以得志於天下矣.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以喪禮處之. 

   

Weapons are the tools of violence;

all decent men detest them.

Weapons are the tools of fear;

a decent man will avoid them

except in the direst necessity

and, if compelled, will use them

only with the utmost restraint.

Peace is his highest value.

If the peace has been shattered,

how can he be content?

His enemies are not demons,

but human beings like himself.

He doesn't wish them personal harm.

Nor does he rejoice in victory.

How could he rejoice in victory

and delight in the slaughter of men?     

He enters a battle gravely,

with sorrow and with great compassion,

as if he were attending a fu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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