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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19. 2024

오늘 : 이재준 고양시장

2014. 6. 19.

1.

어제 오후 3시 30분, 전화벨이 울린다. 마지막 발권을 하고 있는 시간이다. 누구지? 앗, 이재준 시장이다. 이 무슨? 소식도 없이?

"네, 김경윤입니다."

"이재준입니다. 3시 50분 배 타고 들어갑니다."

"제주도에 왔나요?"

"네."

"숙소는?"

"배낭 가져왔습니다."

"식사는?"

"식당에서 회에 소주나 한 잔 합시다."

"네, 조심해서 들어오세요."


번개팅인가? 일단 태봉왓에 연락해서 숙소를 잡아놓고, 부성식당에 연락해서 횟감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있단다. 4시 반으로 예약을 걸어놓는다. 마침 매표소에 사무장이 와 있어, 시장님을 태우고 태봉왓까지 가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터미널을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고 태봉왓으로 간다.


2.

태봉왓에서 장소를 확인하고, 부성식당으로 향한다. 모둠회에 부시리를 시켜 안주를 마련하고, 순한 맛 한라산을 마신다. 나중에 영진아빠(사무장)가 가세하여 한치물회를 추가한다. 소주 5병, 맥주 1병.

음주 도중에 걸어서 우리 집에 함께 갔다 온다. 사는 꼴도 보여주고, 고양이도 보여주고. 시장에게 참치캔 하나를 주어 고양이들에게 먹이도록 한다. 친해지는 데 참치캔만 한 것이 없다. 감자와 카레는 낯선 사람이 주는 캔도 잘 받아먹는다. 금세 친해진다.

3.

부성식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평수형이 다녀간 이후에 가파도의 에너지 자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장님께 물어보니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가파초를 포함한 교육전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혜로운 정책이 술술 쏟아져 나와, 시장님을 납치라도 해서 문제해결을 할 때까지 같이 있고 싶을 지경이다. 술자리를 파하고 태봉왓으로 다시 와서 시장님이 텐트치는 모습을 구경한다. 능숙하다. 잠자리가 별 문제 없겠구나. 인사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4.

아침이다. 나는 간단히 누룽지를 끓여먹고 매표소로 향한다. 매표소 문을 열고 조금 있다 보니 시장님이 인사를 한다. 시장님과 밴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이장이 등장한다. 서로를 소개해주고, 나는 발권을 하러 들어간다. 창밖에서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본다. 시장님은 커피숖이 문을 열자 따뜻한 커피를 세 잔을 테이크 아웃하여 나와 이장에게 한 잔씩 나눠준다. 나는 모닝빵을 드린다. 시장님은 이렇게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한다고 한다. (나는 든든히 아침식사를 하는 걸 좋아한다.)

어느새 첫배가 떠나는 시간, 서로 악수를 나누고 쿨하게 헤어진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시장님을 불러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시장님도 웃으며 손을 흔든다.

@이재준시장은 고양시장 임기를 마치고 현재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고문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확하게는 (전) 시장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시장이다. 그가 현재 시장이건 아니건 영원한 현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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