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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지음 (쌤엔파커스, 2025)

by 김경윤

청년 여러분, 세상은 군벌의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군벌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이 미래 세계입니다. 여러분은 많고도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기 로마에도, 베이징에도, 샌프란시스코, 리어데자네이루, 이슬라마바드에도 있습니다. 지구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구를 바꿀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못해도,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구의 파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전쟁을 멈출 수 있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협력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을 만듭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세상은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줄 알았던 과거의 청년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전복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입니다. 바스티유를 공격하고 겨울 궁전을 불태우는 겁니다.

저한테 그랬듯 누군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고, 너 자신만 생각하라." 이는 편협한 근시안이 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불만, 이루지 못한 꿈, 푸념, 타인에게 좌우되는 미래를 여러분 자신의 손에 맡기세요. 서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면서요.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모험입니다. 인생은 타오르며 빛날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타오르지 않으면 빛나지 않는다'. 제가 연설을 시작할 때 연주되는 곡의 제목이죠.)

말말 줄 아는 사람은 말하고,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은 연주하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발표하고, 글 쓸 줄 아는 사람은 글 쓰고, 조직할 줄 아는 사람은 조직하고, 더 많이 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이 하는 것이다.

군벌은 수천 명의 인간을 죽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벽을 더럽히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세운 주세페 가리발디를 '테러범'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동상을 만들었죠.

미래는 여러분 자신의 손에 맡기세요. 군벌에게 넘겨주지 마세요. 바꿉시다. 여러분! 이 전쟁의 세상을!

해피 메이데이. (23~25쪽)

- <해피 메이데이> 중에서



1.

노동절에 모여둔 군중 앞에서 군벌을 타도하고 전쟁의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과학자가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길게 인용한 저 연설문 중 일부는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평가받는 우주론의 대가 카를로 로벨리의 첫 에세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온다. 이 에세이집은 10년 넘게 이탈리아 일간지와 글로벌 매체에 실린 것을 모은 것이다. 책의 첫머리와 마무리를 장자와 혜시의 대화로 열고 닫는 인문학적 소양도 소양이려니와, 과학적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탁월한 능력, 현실 정치에 대해서 양심있는 지식인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개입하고 발언하는 로벨리를 보면서 박수를 보냈다. (우리나라에게 이와 같이 멋진 과학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2.

일찍이 그의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고 독후감을 남겼고, 이제 이 에세이집에 대한 글을 남긴다. 로벨리는 양자역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아픈 현실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서방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기아, 난민과 가난의 문제를 존재의 상호작용의 문제로 인식하고, 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연결된 문제라는 지극히 과학적 눈으로 바라본다. 남을 망치는 것은 자신을 망치는 것이며, 남의 불행은 자신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으로 이어지는 문제라 여긴다. 그래서 더 이상 세상의 문제를 자신과 타인의 구분이 아닌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와 너라는 실체가 아니라 나와 너는 모두 세상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이 로벨리의 인식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문제를 다시 보게 하며, 세상사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예를 들어 그는 "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할 때 나는 그의 대답에 매료된다.

"제 생각에 이 질문에 가장 좋은 대답은 과학이 주는 답인 것 같습니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돌은 단단하고 정적인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전형적 물체입니다. 하지만 화학, 물리학, 광물학, 지질학, 심리학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비춰 볼 때 돌은 양자장의 복잡한 진동이며, 순간적 힘들의 상호작용이고, 잠깐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다가 다시 무너지는 과정, 지구의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역사 속에서 잠시 등장하는 짧은 한 장章입니다.

돌은 신석기 인류의 흔적이기도 하고, <팔거리의 아이들>(2003년)에 등장하는 무기이기도 하고, 우리의 토론을 위한 하나의 예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존재론에 대한 은유가 되기도 하고요. 또한 세계 자체보다 우리의 신체적 지각에 더 의존하는 분할된 세계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신도神道에서는 세계의 신선함을 나타내는 상징이고, 가톨릭 신자에게는 먼저 던져서는 안 되는 것(두 번째로는 괜찮습니다) 등등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요약하자면 돌은 실재라는 끝없는 거울 놀이 속의 복잡한 매듭입니다. 세계가 바라에서 밀려오는 파도나 광인의 횡설수설로 이뤄져 있지 않은 것처럼, 돌로 이뤄진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저의 과학적 세계입니다. 여러분은 이보다 나은 세계관을 알고 계십니까? "(188~9쪽)


그는 "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오렐리앙 바로와 장-뤽 낭시와 대담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는 현실 속의 일부이며, 호수가 산을 비추듯이 현실을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발견하는 의미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를 지탱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자연, 풍부하지만 모순되지 않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결코 자연에서 모순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한계를, 우리의 한계를 발견했을 뿐입니다. 자연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한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과 우리가 지금도 배워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간의 양자와 낯설고 기묘한 물체들 말입니다. 둘 다 나에게 속해 있습니다. 저는 생각들을 교차시켜 그것들을 나의 우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들을 조화롭게 만들고, 자매로 인식하고 싶습니다. 형제를 남이라 부르며 폭탄을 던지고 집엣서 쫓아내는 대신, 우리의 형제로 인식하고 싶은 것처럼 말입니다." (201~2쪽)


그리고 그가 도달한 영역이 장자와 연결될 때, 나는 장자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고대중국철학(장자)과 현대첨단과학(양자역학)의 만남에 흥분하며, 로벨리에 흠뻑 빠진다.


3.

이 책을 다 읽고 부리나케 동네서점 어나더페이지로 달려가 아직 읽지 못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를 주문했다. 책방 주인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가 그렇게 좋더냐고 물어서, 과하게 칭찬을 했다. 그리고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좋은 책은 널리 알려야 하니까. 나는 지금 다음 책이 책방에 도착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현대과학의 최첨단 지식을 알고자 하는 지적욕구와 더불어, 로벨리의 매력적인 글을 한 줄이라도 더 읽으려는 기대감을 가득 품고서. 어서 오라, 로벨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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