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지혜롭다는 자는 그것을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
사람들이 마시고 먹지 않는 이가 없지만,
그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The knowing go beyond it,
and the stupid do not come up to it.
There is no man who does not eat and drink,
but they are few who can distinguish flavors.)
우리는 흔히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조금만 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하고 자신의 모자람을 탓하곤 하죠. 물론 ‘미치지 못하는 것(不及)’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아예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이 시험에 합격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중용』은 아주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길을 잃는 이유는 단지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오히려 ‘너무 잘나서’, ‘너무 똑똑해서’ 길을 잃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고 지적합니다. ‘지혜롭다는 자는 그것을 지나친다(知者過之)’. 이 구절은 우리의 통념에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의욕이 넘치는 신입사원을 떠올려 봅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선배들의 조언도 무시한 채 너무 앞서나가다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의 ‘지나친’ 열정이 오히려 일을 그르친 것이죠. 반대로 어떤 직원은 변화를 두려워하며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아 회사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합니다. 그의 ‘미치지 못함’ 역시 문제입니다. 『중용』은 이 둘의 결과가 결국 똑같다고 말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자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한 부모는 아이의 적성과 흥미를 무시한 채 온갖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강요합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기대를 퍼붓는 것이죠. 반면 아이에게 너무 무관심하거나 기본적인 훈육조차 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역할에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 모두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결국 중용의 길이란, 이 ‘지나침’과 ‘모자람’이라는 양쪽의 함정을 모두 피해서 걷는 섬세한 길입니다.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않는 적절한 속도를 찾는 지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는 감각입니다.
공자는 이어서 절묘한 비유를 듭니다. “사람들이 매일 먹고 마시지만, 음식의 진짜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관계를 맺고,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매일 밥을 먹듯이 말이죠. 하지만 그 관계의 진정한 의미, 그 선택의 깊은 가치, 즉 ‘삶의 진짜 맛’을 음미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그저 허기를 채우듯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급급한 것은 아닐까요?
‘지나침’의 함정에 빠져 허덕이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모자람’의 늪에 주저앉아 있지는 않은지, 오늘 나의 하루를 가만히 맛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삶의 진정한 맛은 그 섬세한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데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