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9장.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의 여섯 가지 조건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군자의 도는,

자기 몸에 근본을 두고, 여러 백성들에게서 증험하며,

옛 성왕들의 도에 비추어 보아도 어긋남이 없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세워도 위배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힘에 물어도 의혹이 없고,

백 세대 뒤의 성인을 기다려도 미혹됨이 없다.

(The way of the superior man is rooted in his own character, and attested by the multitudes. He examines it by comparison with the kings of the three dynasties and finds it without mistake. He sets it up before Heaven and Earth and finds nothing in it contrary to their mode of operation. He presents himself before spiritual beings and finds no reason to doubt. He is prepared to wait for a hundred ages for a sage to appear and has no misgivings.)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근거가 “그냥 내 생각이야”라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내 생각’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군자는, 자신의 생각이 더 이상 사사로운 아집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진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의 생각은 아주 엄격하고도 종합적인 여섯 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수많은 안전 테스트를 거치는 것처럼, 군자의 ‘도(道)’ 역시 혹독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세상의 표준이 될 자격을 얻습니다.


첫째, ‘나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 봅니다 (本諸身).

가장 첫 번째 테스트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주장하는 가치대로 나 자신이 먼저 살고 있는가? ‘정직’을 외치면서 나는 정작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자기성찰의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어떤 주장도 위선에 불과합니다.

둘째, ‘지금 이 시대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입니다 (徵諸庶民).

나의 생각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과 공감을 주는가?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사람들의 현실적인 삶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셋째, ‘역사의 심판’을 받아봅니다 (考諸三王).

나의 생각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증명된 위대한 선각자들의 지혜와 어긋나지 않는가?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생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입니다.

넷째, ‘자연의 이치’에 비추어 봅니다 (建諸天地).

나의 생각이 하늘과 땅, 즉 대자연의 순리와 조화를 이루는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생각은 결국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파멸을 맞게 됩니다.

다섯째, ‘인간의 양심’에 물어봅니다 (質諸鬼神).

나의 생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가치, 즉 인간의 보편적인 양심에 비추어 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

그리고 마지막 여섯째, ‘미래 세대의 판단’을 기다립니다 (百世以俟聖人).

나의 생각이 지금 당장뿐만 아니라, 백 세대, 즉 천 년이 흐른 뒤의 미래 세대가 보기에도 여전히 타당하고 올바른 생각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 여섯 가지의 촘촘한 그물망을 모두 통과한 생각이야말로, 비로소 개인의 아집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진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내가 굳게 믿고 있는 생각, 내가 열정적으로 주장하는 신념은 과연 얼마나 튼튼한 근거 위에 서 있는가? 혹시 그것이 ‘나 자신’에게만, 혹은 ‘우리 편’에게만 통하는 좁은 생각은 아닐까?

나의 생각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생명력을 갖기를 원한다면, 이 여섯 가지의 거울 앞에 나의 생각을 겸허히 비추어 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성찰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각은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며, 마침내 세상을 움직이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7화28장. ‘내 생각’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