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넓고 넓기가 하늘과 같고,
깊고 깊음이 연못과 같다.
나타나면 백성들이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고,
말하면 백성들이 믿지 않는 이가 없으며,
행동하면 백성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How vast is he, like Heaven!
How deep is he, like an abyss!
When he appears, all people reverence him.
When he speaks, all people believe him.
When he acts, all people are pleased with him.)
우리 주변에는 유독 깊은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만들고, 그의 한마디 말에는 이상하게 사람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며 ‘내공이 깊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 ‘내공’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중용』은 천하의 지극한 성인(至聖), 즉 내공이 가장 깊은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특징을 알려줍니다. 이것은 마치 잘 벼려진 명검처럼, 서로 다른 빛깔을 내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째,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聰明睿知).
그는 사물의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 봅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진심을 헤아릴 줄 압니다. 그의 지혜는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고, 늘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둘째, ‘모든 것을 품는 따뜻함’을 가졌습니다 (寬裕溫柔).
그의 마음은 넓은 바다와 같아서, 나와 다른 생각, 심지어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까지도 너그럽게 품어 안습니다. 그의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입니다.
셋째,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을 가졌습니다 (發強剛毅).
그는 마냥 부드럽기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 앞에서는, 그리고 한번 결정을 내린 일에 대해서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굳건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가졌습니다.
넷째, ‘스스로를 다스리는 엄격함’을 가졌습니다 (齋莊中正).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합니다. 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가운데에 두어, 감정이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의 경건함은 주변 사람들마저 숙연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세밀함을 놓치지 않는 분석력’을 가졌습니다 (文理密察).
그는 큰 그림을 보는 동시에, 아주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분별할 줄 압니다. 사물의 논리적인 흐름과 이치를 세밀하게 살필 줄 알기에, 그의 판단에는 빈틈이 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 덕성은 그의 내면 가장 깊은 곳, 마치 ‘깊은 연못(淵)’처럼 고요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러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泉)’처럼 솟아나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존경하게 되고, 그의 말을 들으면 의심 없이 믿게 되며, 그의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의 영향력은 억지로 만들어 낸 권위가 아니라, 깊은 내공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향기와 같습니다.
이 다섯 가지 특징은 우리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지혜와 따뜻함을, 결단력과 겸손함을, 넓은 시야와 섬세함을 모두 갖춘 사람.
오늘, 나의 내면 연못에는 어떤 덕성이 채워지고 있고, 어떤 덕성이 메마르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 깊은 연못에서, 세상을 향해 솟아날 맑은 샘물을 준비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