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흩어진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든다는 것
- 청년의 중용 읽기
공자께서는 요순을 조술하시고 문무를 법으로 삼으셨다.
위로는 하늘의 때를 따르고, 아래로는 땅의 이치를 따랐다.
만물이 함께 자라나도 서로 해치지 않으며,
여러 길이 함께 행해져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Confucius handed down the doctrines of Yao and Shun, and modeled himself upon Wen and Wu.
He adopted the harmony of the seasons above, and conformed to the water and the land below.
All things are nourished together without their injuring one another.
The courses of the seasons are pursued without any collision among them.)
우리의 서재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역사책, 철학책, 과학책, 문학책… 각각의 책들은 저마다의 훌륭한 지혜를 담고 있지만, 그저 서재에 꽂혀 있을 때는 서로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타나 그 수많은 책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엮어 완전히 새로운 통찰을 담은 한 권의 책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흩어져 있던 구슬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중용』은 바로 공자(孔子)가 인류 역사에서 그런 위대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말합니다.
공자 이전에도 훌륭한 사상과 제도는 존재했습니다. 저 멀고 먼 옛날에는 ‘요순’이라는 전설적인 성군들의 위대한 ‘정신’이 있었고,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는 주나라 ‘문무왕’이 만든 훌륭한 ‘시스템(예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혼란해지면서, 그 소중한 구슬들은 땅에 흩어져 제 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바로 그 흩어진 구슬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았습니다. 그는 고대 성군들의 이상적인 정신(조술요순)과 주나라의 현실적인 제도(헌장문무)를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옛것을 모방하거나 짜깁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인(仁)’이라는 하나의 아름다운 실로 꿰어,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사상의 목걸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그 목걸이가 인간 세상의 역사에만 갇히지 않도록, 하늘의 운행 원리(上律天時)와 땅의 생성 원리(下襲水土)까지 아우르는 우주적인 목걸이로 확장시켰습니다.
그 결과, 공자가 만든 ‘유교’라는 목걸이 안에서는 놀라운 조화가 일어납니다.
“만물이 함께 자라나도 서로 해치지 않고, 여러 길이 함께 행해져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이것은 공자 사상이 가진 놀라운 ‘포용성’과 ‘조화의 힘’을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그의 가르침 안에서는 이상과 현실이, 정신과 시스템이, 인간과 자연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마치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내도록 이끄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역시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편집자’이자 ‘지휘자’의 역할을 합니다.
보고서를 쓸 때, 우리는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논리적인 이야기로 엮어냅니다. 회의를 주재할 때, 우리는 제각기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가정을 꾸려나갈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의 질서를 만들어 갑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흩어진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신성한 작업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만이 창조는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좋은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에게 필요한 더 위대한 창조일지 모릅니다.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흩어진 구슬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