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질문 1: 강의를 듣고 보니, 저는 항상 '사랑받는 것'에만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상대가 뭘 좋아할까만 고민했지, 정작 '내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는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답변: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돌아보셨네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을 떼신 겁니다. 에리히 프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받는 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사랑하는 능력'은 방치한다고 지적했죠.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첫 번째 단계는, 사랑을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즉, 내가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프롬에게 사랑은 '가지고 있는 것(Having)'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Being)'의 문제입니다. 내가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가 되면, 사랑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는 것이죠.
상담 Tip: 거창한 것부터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터 '주는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연인에게 무언가를 바라기 전에, 먼저 그의 하루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어봐 주세요('보호'와 '관심'). 그가 힘들어할 때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책임').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할 때 반박하기보다 일단 수용해주세요('존경'). 그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지 헤아려보세요('지식'). 이 작은 실천들이 쌓여 당신 안에 '사랑하는 근육'을 만들어 줄 겁니다. 사랑받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려 하지 말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성숙한 '예술가'가 되는 길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질문 2: 연인이 저에게 헌신적으로 정말 잘해줘요. 그런데 가끔 그 사랑이 너무 부담스럽고 숨 막힐 때가 있어요. 저를 너무 위하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요. 이런 사랑도 건강한 사랑일까요?
답변: 사랑과 '자기희생'의 경계에 대한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프롬은 성숙한 사랑의 필수 요소로 '보호'와 '책임'을 이야기했지만,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건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만약 연인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모른 채, 오직 당신에게 헌신하는 것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면, 그것은 성숙한 사랑이라기보다 '공생적 합일'에 가까운 의존적인 관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두 사람 모두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주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고 공허해지고, 받는 사람은 죄책감과 부담감에 짓눌리게 되니까요. 프롬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상담 Tip: 연인에게 당신의 솔직한 마음을 '존경'을 담아 전달해야 합니다. "네가 나를 아껴주는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는 너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나에게만 헌신하는 너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져. 나는 너와 함께 행복하고 싶지, 너의 희생 위에 나의 행복을 쌓고 싶지는 않아. 네가 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가졌으면 좋겠어." 와 같이, 그의 사랑을 인정해주면서도 당신의 진솔한 걱정을 표현해주세요. 진정한 사랑은 '나'를 지우고 '너'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와 온전한 '너'가 만나 함께 성장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질문 3: 프롬이 말한 '존경'과 '지식'이 중요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연인이 하는 행동 중에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존경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조건 다 이해하고 존경해줘야 사랑인가요?
답변: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프롬이 말한 '존경'과 '지식'은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긍정하라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바꾸려는 '지배'의 욕망을 내려놓고, 그를 '있는 그대로의 고유한 인격체'로 바라보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안다는 것은, 그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과 한계까지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존경은, 그가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믿어주는 것입니다. 만약 상대의 행동이 당신의 가치관에 어긋나거나 관계에 해를 끼친다면, 그것을 무조건 참아주는 것은 존경이 아니라 '방임'입니다.
상담 Tip: '나 전달법(I-message)'을 활용하여 대화해보세요.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야?" ('너'를 비난) 가 아니라, "나는 네가 그렇게 행동할 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서 속상해" ('나'의 감정을 설명) 와 같이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비판할 때는 '행동'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그의 '인격' 전체를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때로는 아픈 충고도 건강하게 나눌 줄 아는 용기 있는 실천입니다.
질문 4: 연애 초반의 설렘과 열정이 사라지고 관계가 편안해지니, '사랑이 식었나?' 하는 불안감이 들어요. 프롬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을 지속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식어버린 열정을 다시 되살릴 방법이 있을까요?
답변: 거의 모든 연인들이 겪는 '권태기'에 대한 고민이군요. 프롬은 바로 이 지점을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최초의 강렬한 합일의 경험, 즉 '사랑에 빠지는(falling in love)' 순간을 사랑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프롬에게 그것은 프롤로그에 불과합니다. 진짜 사랑의 기술은 그 이후, 관계를 '지속시키는(standing in love)' 능력에서 발휘됩니다. 열정은 자연스럽게 옅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입니다. 프롬이라면, 그 자리를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의 실천(보호, 책임, 존경, 지식)으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할 겁니다.
상담 Tip: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억지로 이벤트를 만들기보다, 일상 속에서 '사랑의 기술'을 다시 연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퇴근한 연인에게 "오늘 하루 힘들었지?"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보세요('보호').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오직 그의 이야기에만 30분 동안 집중해보세요('책임'과 '지식').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취미를 비웃지 않고 진심으로 응원해주세요('존경'). 이런 의식적인 노력들이 옅어진 열정의 자리에, 훨씬 더 깊고 단단한 '신뢰'와 '친밀감'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온기를 채워줄 것입니다. 열정은 불꽃놀이 같지만, 신뢰는 꺼지지 않는 난로와 같습니다.
질문 5: 저는 사랑이 '기술'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어요. 사랑은 좀 더 자연스럽고 순수한 감정이었으면 좋겠는데, '기술'이라고 하니 뭔가 계산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요. 꼭 이렇게 노력해야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답변: '기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차가운 어감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롬이 말한 '기술(Art)'은 기계적인 테크닉이나 계산적인 조종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술(Art)'에 더 가까운 의미입니다.
피아니스트가 아름다운 연주를 하기 위해 수없이 건반을 연습하듯, 화가가 위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붓질을 하듯, 사랑이라는 예술도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훈련'과 '연마'를 통해 비로소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계산이 아니라 '집중'과 '인내', '자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넘어 자신의 영혼을 담아 연주하듯, 사랑의 예술가도 기술을 넘어 자신의 진심을 담아 사랑을 실천하게 됩니다.
상담 Tip: '노력'이라는 단어를 '정성'이라는 단어로 바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사랑하는 화초에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는 것은 계산적인 '노력'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자연스러운 '정성'입니다.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계산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소중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들이는 것이죠. 그 정성스러운 실천이 바로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술'의 본질입니다. 사랑은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시작하여, 가장 성숙한 의지로 완성되는 위대한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