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노자 38 : 잘 가르치는 사람은

by 김경윤

잘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침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잘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잘 못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침을 의식합니다.

그러기에 잘 못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잘 가르치는 사람은 억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억지로 가르칠 이유가 없습니다.

잘 못 가르치는 사람은 억지로 가르칩니다.

억지로 가르칠 이유가 많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억지로 가르칩니다.

잘 되라고 말해놓고 억지로 가르칩니다.

절차와 순서를 억지로 가르칩니다.

따르지 않으면, 혼내서라도 가르칩니다.

잘 가르치지 못하니 사랑을 핑계 대고

사랑도 소용없으니 잘 되라고 가르친다며 핑계되고

잘 되지 않으니 절차와 순서를 중시하고

절차와 순서를 따르지 않으니 억지가 나섭니다.

엉망이 되고, 진창이 됩니다. 가르침은 사라집니다.

어찌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겠습니까.

뒤늦게 후회하지 마십시오.

처음부터 잘 가르치십시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습니다.

꽃에 취하지 말고, 열매를 생각하십시오.

편안한 신발은 신발을 신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편안한 혁대는 혁대를 찼다는 것을 잊게 합니다. 잘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뭔가를 의식하고 있다면 편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뭔가 불편하고 켕기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식은 각성이 아니라 불편의 다른 말입니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을 때 불편합니다. 자신의 말이 관철 안 될 때 불편합니다. 자신이 손해를 볼 때 불편합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불편합니다. 이 불편함을 내려놓지 않는 한, 항상 억지가 등장하게 됩니다. 억지가 등장하면,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일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가르침이 꽃이라면 배움은 열매입니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록 : 장자 관련 김경윤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