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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20. 2020

2020 독서노트 65 : 언컨택트

김용섭,《Uncontact 언컨택트》(퍼블리온, 2020)


Uncontact는 비접촉비대면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사람에겐 사람과의 연결과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언컨택트다언컨택트는 불안하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다언컨택트는 우리의 소비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유통 산업을 비롯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종교와 정치연애도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우린 지금 언컨택트의 시대를 맞이했다.

단어가 주는 첫인상 때문에 오해하면 안 된다.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우린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연결과 접촉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우린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되고 함께 살고 일하는 서로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7쪽)   

  

코로나 19로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무엇보다 강력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프리랜서, 특히 강사층이다. 내가 강사를 주업으로 삼는 프리랜서여서 누구보다 잘 안다. 어딘 가에 소속된 강사가 아닌 한 개인 강사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비정규직도 아니고 일용잡직에 해당한다. 거의 2월부터 현재까지 외부강의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럴 때 만약에 글쓰기 능력이 있다면 이 절대적 시간을 집필에 쏟아붓는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다.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코로나 19의 비대면 트렌드를 분석하여 일약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른 책이 트렌트 분석가 김용섭의 《언컨택트》(퍼블리온, 2020)이다. 

첫 장을 넘기자 비대면(언컨 택트)이 미칠 전방위 영향을 알리는 표가 양면에 펼쳐져 있다. 이 표를 보는 것만으로도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할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만약에 아래 표를 보고 모두 아는 단어들이라면 당신은 우리 시대의 트렌트를 많이 숙지하고 있는 편이라고 자부해도 좋다.         


책은 크게 세 부분을 다루고 있다. 1부는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2부는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3부는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이다. 

개인생활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1부에서는 결혼식, 성생활, 인사, 회식문화, 불편함의 해소 등을 사례로 비대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분석하고 있다. 사실 언컨택트는 거대한 흐름이었는데, 코로나 19로 가속화된 측면이 강하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더라도 우리는 이제 일상에서의 언컨택트를 경험하고 있었다. 혼술, 혼밥, 1인 가구는 코로나 이전에도 점차로 강화되고 있었고, 술자리와 성생활도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역시 코로나 이전에도 세계적인 추세였다.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사무실이 없는 회사, EBS나 사이버 대학에서의 동영상 강의, 택배문화, 종업원이 없는 식당이나 가게, 주차장, 게임산업과 레플릭스 영화 등 만나지 않고도 잘 돌아가는 기업의 영역과 비즈니스 모델은 넘쳐난다. 저자는 유독 그러한 환경이 충분히 가능한 우리나라에서 언컨택트가 늦춰진 것은 권위주의적 기업문화와 대면 중심의 공동체 생활을 오래 지속해왔던 혈연, 지연, 학연 사회가 강하기 때문이라도 진단한다. 그러나 코로나 19 이후 강제적으로 비대면을 해봤더니 아무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경향이 높았다고 말한다.

3부의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는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인데, 언컨택트를 통해 권위주의적 공동체는 약화되고 수평적이고 평등한 공동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새로운 차별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부유층은 이미 다른 층과 섞이는 것을 싫어하여 공간 자체를 특화시켜서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었다. 한편 이러한 비대면적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계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층이나 사회적 취약층, 농촌이나 어촌, 외국인 노동자 등의 사회적 빈곤층은 비대면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와 보완이 필수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보격차에 이어 언컨택트의 격차로 인해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이미 SNS의 경험을 통해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세계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집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연결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돈을 크게 버는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낮은 가격에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빈부격차의 확대와 심화는 언컨택트 사회의 가장 짙은 어두움일 것이다. 언컨택트가 강화되어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더욱 많아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 언컨택트는 세계적인 추세이면서 너무나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모두에게 던져진 가장 절박한 질문이 될 것이다.


<추신>

마침 <시사자키 전관용>에서 코로나 19 특집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과 좌담을 했는데, 6회가 <언컨택트>의 저자 김용섭과의 대담이라 주소를 붙인다. 관심 있는 분은 찾아가 보시기를.

https://youtu.be/X_DAMDtQ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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