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윤 Jun 21. 2020

2020 독서노트 66 : 직감의 단련

야마구치  슈,《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북클라우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포겔은 “전 세계로 확산된 풍요로움은 특별한 사람만의 소유였던 ‘자기실현 욕구’를 거의 모든 사람에게 확산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곧 지금의 글로벌 시장이 거대한 ‘자기실현적 편익의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상의 고찰을 정리하면 현대사회에서의 소비는 최종적으로 자기실현적 소비에 이르게 되며, 그것은 곧 소비되는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는 패션이라는 측면에서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100쪽)     


벌써 야마구치 슈의 책을 4권째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북클라우드, 2018)이다. 책 제목을 보면 ‘직감’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전의 세계의 리더들은 경험(기술)과 논리(이성, 과학)를 중시하여 기업을 운영했는데, 이제 점점 직감(감성, 예술)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논리가 문자 그대로 논리적으로 사물을 생각하고 결론에 이르는 사고방식이라면, 직감은 처음부터 논리를 뛰어넘어 결론에 이르는 사고방식이다.” 한편 “이성이 정당성이나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감성은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서로 대비된다.”(33쪽) 


이러한 직감적, 감성적 의사결정에 능하여 성공한 사람으로 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대표적이다.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직후에 판매한 아이맥iMac은 발매 직후 다섯 종류의 컬러를 추가했는데, 이 의사결정을 할 때 잡스는 제조 단가나 재고 시뮬레이션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디자이너의 제안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즉각적인 결단을 내렸다. (중략) 그러나 잡스는 그런 논리적·이성적 접근방식을 밟지 않고 직감적·감성적으로 의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맥은 대히트를 기록해 애플 부활의 상징이 되었다.”(36쪽)


그러면 왜 이전에는 경험이나 논리가 통했는가?  처음에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하여 과학적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생산성이나 자본회전율, 수익률이나 경영건전성은 모두 수치화되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역시 수치화되어 평가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짜는데도 이러한 수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마치 경영에 정답이 있으며, 상품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한다면 기업 간의 차이는 점차로 사라질 것이고, 상품 역시 ‘정답의 상품화’로 획일화되어 점점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품의 가치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차이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자기실현’을 목표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상품 구입태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합리적 가격과 효율적 사용가치를 따랐던 소비자들인 이제는 남들과는 다른 차이나는 상품을, 그 상품을 소비했을 때에 주는 사용가치의 만족감이 아니라 상품의 상징적 가치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들과 같은 상품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상품을, 좀 더 가치있고 아름다움 상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애플 상품을 소비하고,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그 상품이 더 좋고, 더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기호를 소비하는 것이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이를 상품경제학에서 기호경제학으로의 전환이라 말했다.     

과거에는 남들이 쓰고 있는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소비의 목적이었다면, 그러한 욕망은 어느 정도 충족되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이 되었다. 이제 소비자는 이제 좀 더 아름답고 고유한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스토리와 아름다움의 창출은 기술과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과 감성의 영역, 즉 직감의 영역이 필요하다. 이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고객을 매료시켜야’ 한다. 기업이 예술과 인문학을, 직감과 감성을 자신의 새로운 무기로 사용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런데 현재 기업의 엘리트들은 이러한 능력이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무리한 성장 목표를 세우고 기업을 운영하다가 탈법적인 운영방식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새로운 요구를 낡은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은 무력화되거나 위험해진다.

그래서 눈 빠른 기업들은 인문학과 철학, 문학과 예술의 영역에 능한 인재를 뽑고, 경영자들은 그러한 안목을 갖기 위해 경영대학원이 아니라 예술대학원이나 아트 스쿨로 인재를 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추세가 이미 시작되었고,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의 기업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뭐, 이런 얘기를 ‘1등 기업들의 특급 인재 트레이닝’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들은 만한 이야기들의 풍년이다. 사업이 정체되어 있거나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궁금한 기업가들이나 엘리트들이 읽었으면 좋을만한 이야기가 많다.   


<추신>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중에서 가장 실천적인 생각은 이 책을 빨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친한 선배에게 전달해야겠다는 것이다. 그 선배와 할 이야기가 많이 생겼다. 기업 CEO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 독서노트 65 : 언컨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