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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Dec 19. 2020

Q11 : 고통이란 무엇입니까?

그대가 묻고 내가 답하는 인문학 Q&A

Q :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고통이란 무엇입니까?


A :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보편적이지만 평등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의 위협을 받지만, 그 고통을 견디는 조건과 힘은 다릅니다. 비대면 생활이 길어질수록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참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특별한 공간을 향유하고 고급스런 소비생활을 향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간은 유한하다는 점에는 평등하지만, 그 유한 속에서 향유하는 삶의 질은 다르지요. 코로나지만 자신은 괜찮다는 사람은 잠시라도 괜찮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비의 마음을 품어주시길 바랍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그 고통을 겪는 강도는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고통받는 존재라는 일반적인 진술로 퉁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각자 겪는 고통의 양과 질을 섬세하게 인식할 수 없다면, 우리는 참으로 무심한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각자 겪는 고통에 대한 섬세함이 생략된, 고통에 대한 깨달음은 참으로 허망한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고통을 잘 보시고, 남들이 겪는 고통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양과 질의 고통일지라도, 고통을 성찰하는 시선은 불교에서 배울 바 많습니다. 첫 번째 통찰에는 고통에는 원인이 있다는 겁니다. 불교에서는 그 원인을 집착이라 말합니다. 놓아야할 것을 놓지 않는 것이 집착입니다. 놓을 시기를 놓쳐버렸거나, 놓은 방법을 몰라 못 놓았거나, 놓고 싶지 않아 안 놓았은 것 모두 집착입니다. 이 모든 것이 고통을 낳습니다. 과거의 좋은 시절에 집착하여 현재를 외면하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것 역시 집착입니다. 우주의 보편적인 법칙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고, 그 변화에 따르지 않는다면 고통을 맞이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인간이 자연을 영원히 착취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집착에 있습니다. 자연은 착취의 대상도 아니고 인간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의 것입니다. 이 우주적 시선을 놓지면 우리는 고통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에서 배우는 두 번째 통찰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원인에서 벗어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인연으로 맺어진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입니다. 이 일시성과 가변성에 대한 통찰이 집착이라는 원인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어차피 변할 것 될 대로 되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묶인 자가 풀지 않는다면 이 일시성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고통을 양산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팔정도(八正道)라는 바른 길을 제시합니다. 이 팔정도는 깨달아 수행해야하는 인간의 몫입니다. 이 몫을 외면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길은 없습니다. 해탈하지 않으면 파괴됩니다. 고통을 이해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걸어가면 해탈하지만, 고통을 외면하고 아무런 노력하지 않으면 파괴될 뿐입니다.


팔정도를 일일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한마디로 거칠게 표현하면 자비심입니다. 깨달음의 궁극점이 자비심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자비(慈悲)란 무엇입니까? 세상만물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같이 슬퍼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기뻐할 때 주변이 슬퍼한다면 우리에게 자비는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기쁨을 인하여 자연을 슬프게 했습니다. 몇몇 가진자들의 기쁨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습니다. 그러므로 한 번 물어보십시오. 나에게 자비심이 있는가? 그 자비심을 가지십시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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