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윤 Jan 24. 2021

《숫타니파타 명상》을 연재하며

-  불교 최초의 경전, 젊은 부처의 경전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

10년 전쯤 《금강경》에 대한 명상을 연재하여 소책자로 묶은 적이 있었다. 《금강경》은 내가 최초로 읽은 불교경전이었다.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일찍이 중국의 선불교의 최고봉 혜능선사가 이 금강경의 한 구절을 듣고 발심(發心)하여 홀어머니와 헤어져 출가하고, 불가에 입문하여 글자무식인 상태로 득도하고, 중국의 불교사를 발칵 뒤집은 적이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교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전인 중학생 시절, 교회 목사님에게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수필집을 빌려 읽고, 기독교의 아만(我慢)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다였다. 불경을 찾아 읽지 않았다. 청년시절에는 해방신학과 마르크스, 모택동, 레닌 등에 매료되어 샅샅이 찾아 읽으며 이성과 감성을 벼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거리로 나서던 때였다. 혁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시기였다.     


2.

결혼한 후, 젊은 시절의 불씨는 살아있었지만, 목구멍에 풀칠하느라 바쁘게 살았다. 공부는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으로 옮겨졌다. 결혼한 지 몇 년 후에 철학교양서인 《철학사냥 1》을 썼지만, 공부가 무르익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첫 책을 쓰고 나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주로 철학책을 읽었다. 불경을 읽게 된 계기는 김용옥이 《금강경 강해》를 접하고 나서다. 확인해 보니 1999년에 책이 나왔다. 그때부터 불경과 불교관련 서적을 본격적으로 읽은 것 같다.

《화엄경》, 《법구경》, 《반야심경》, 《유마경》, 《육조단경》, 《무문관》, 《전등록》 등을 읽었던 것 같다.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를 읽은 것은 사상범으로 체포된 영등포구치소 안에서 였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공책에 한 편 한 편 필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감옥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집 《부드러운 직선》을 읽었던 기억도 난다. 그 중 한 시는 너무도 좋아 아예 외워 버렸는데, 시 제목이 <등잔>이다.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으름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하랴

욕심으로 타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기름 콩기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게 아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 쓰러뜨리고

창호지와 문설주 불사르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법구경 한권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빛이여  

   

3. 

이제 나이는 50대 중반을 넘어 60대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변변한 직장 없이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며 근근이 살아왔다. 이 생활이 싫은 것은 아니다. 수천 번의 강의를 했는데, 대부분 동양철학 관련된 강의였다. 가장 많이 강의한 것이 장자와 노자다. 장자와 노자와 친하다보면 자연스레 중국의 불교하고도 친해지게 되어 있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왔을 때, 불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때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노장철학이었다. 초기 중국의 불교경전은 노장철학적 개념어로 이용하여 불교경전을 번역하였는데 이를 격의불교(格義佛敎)라고 한다. 

인도의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건너와, 중국철학과 만나며 독자적인 꽃을 피운 것이 중국의 선불교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영향을 받아 토속불교의 꽃을 피웠다. 신라에서 원효와 의상이 당나라로 불교유학을 꿈꾸었고, 당나라에서 유학한 혜초는 중국에서 인도의 밀교를 사사받고, 불교의 본토인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쓰기도 했다. 당나라에서는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로 널리 알려진 현장이 16년간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까지 갔다가 불경을 잔뜩 싣고 돌아와 평생을 불경번역에 힘을 쏟았다. 그의 여행기가 바로 《대당서역기》이다. 당나라 때 동아시아는 불교의 꽃이 활짝 피었다.   

  

4.

중국과 더불어 우리나라로 전해진 불경들이 대부분 대승불교의 경전이다보니, 불교의 초기경전은 소홀히 하였다. 대승불교는 인도의 소승불교를 비판하면서 성장하였는데, 인도의 불교가 소승과 대승으로 나눠지기 전에는 성직자 중심의 상좌부(上座部)와 일반신자 중심의 대중부(大衆部)의 갈등이 있었다. 그후 수많은 부파(部派)들이 형성되어 분립되었다. 그 중에 상좌부 중심의 불교는 인도의 남반부로 전해졌는데, 초기경전은 부처님이 사용했던 마가다국의 언어(세속적 상스크리트어)로 구전되었다가 팔리어로 정리되어 남아있었다. 이러한 기록물은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에 수록되었다.

최근 들어,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초기경전에 대한 관심도도 생기면서, 초기불교의 경전이 남아있는 스리랑카나 미안마 등지로 팔리어 경전을 공부하러 가는 학승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남전대장경》에 속한 다양한 불교경전들이 속속 번역되고 있다.    

 

5.

《숫타니파타》는 《담마파다(법구경)》과 더불어 초기 경전에 속한다. 이 두 경전은 모두 인도의 불교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쇼카 왕(BC268년 즉위 232년까지 다스림)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두 개의 경전 중에서 《숫타나파타》가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숫타(말씀)’와 ‘니파타(모음)’로 끊어 읽는 이 경전은 모두 5개의 장으로 나눠져있고, 본래는 모두 각각 독립하여 구전되어 온 것이 나중에 모인 것이다. 그 중에서는 4장과 5장이 다른 장보다 일찍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니까 《숫타니파타》는 모두 5개의 독립된 말씀들이 나중에 모여진 것이다. 

5개의 장은 모두 암송하기에 적합한 운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팔리어 운문을 운문으로 번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풀어서 산문으로 번역되어 있다.) 5개의 장을 더 쪼개 보면 72개의 경(經)으로 이루어져 있고, 더 쪼개면 1,149개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72개의 경 중에서 대표적인 시구를 인용하고 72개의 경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나의 명상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연재할 것이다. 이 소개글을 빼면 모두 72번의 연재를 하겠다는 말씀.     


6.

《숫타니파타》의 경전적인 의의를 간략히 소개하면,

1) 아직은 제도화와 교리화 되기 이전의 부처님의 젊은 시절 말씀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이 경전 안에는 심지어 ‘부처’라는 말도 등장하지 않는다.

2) 철저한 신분제와 성직 독점의 브라만교와 대결하는 부처의 분투기를 볼 수 있다. 부처님의 공동체는 신분제도를 타파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급진적인 모습은 기존 지배적인 종교인 브라만교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3) 여성출가자(비구니)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이 경전이 아주 초기에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4) 이 시대에는 부처와 마찬가지로 걸식을 하며 수행을 하는 자유로운 유파의 수행자들이 많았다. 이들을 브라만교의 바라문(婆羅門)과 대비하여 사문(沙門)이라 불렀다.

5) 예수에게 ‘악마’가 끊임없이 대화와 유혹을 하듯이, 부처에게는 ‘마라’가 있었다. 

6) 《숫타니파타》에 등장하는 스승(부처)는 어떠한 교리화나 논쟁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탐진치(貪瞋痴, 탐욕, 분노, 어리석음)를 일으키는 어떠한 경향과도 타협없이 싸웠다.

7) 한마디로 후기 경전에 등장하는 현학적이고 번거로운 교리나 제도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스승(부처)는 그 무엇보다 소박하고 진실된 행동을 중시했다.    

 

7. 

이 정도면 출발하기에 나쁘지는 않다. 번역은 오래 전부터 존경해온 법정 스님 본을 따른다. 법정 스님의 번역은 팔리어 직역은 아니고, 일본어 번역을 많이 참조하여 이루어졌지만, 그의 간결하고 감동적인 해석은 기리 기억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팔리어 경전을 번역한 책이 궁금하신 분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나온 전재성 번역의 《숫타니파타》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주석까지 달린 경전은 5만원이다.       

8. 

법정 스님의 《숫타니파타》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목 옆의 숫자는 스님 책의 쪽수다)     


一. 뱀의 비유 3

뱀의 비유 3

소치는 아이 5

무소의 뿔 7

밭 가는 사람 11

대장장이 춘다 13

파멸 14

천한 사람 16

자비 20

설산에 사는 자 21

알라바카 야차 24

극복 26

성인 28     


二. 작은 장 29

보배 30

비린 것 32

부끄러움 33

더 없는 행복 34

수칠로마 야차 35

이치에 맞는 행동 36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37

배 41

어떠한 도덕을 가질까 41

배움 42

라훌라 43

수행자 방기사 44

올바른 수행 46

제자 담미카의 물음 48     


三. 큰 장 51

출가 51

정진 53

훌륭하게 말해진 것 55

불을 섬기는 사람 순다리카 57

젊은 마가의 물음 61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 64

바라문 세라 69

화살 75

젊은이 바셋타. 77

비난하는 사람 코칼리야 84

홀로 가는 수행자 나라카 87

두 가지 관찰 92   

  

四. 여덟 편의 시 99

욕망 99

동굴 100

분노 101

청정 102

으뜸가는 것 103

늙음 104

구도자 팃사 마이트레야 105

파수라 106

마간디야 107

죽음이 오기 전에 109

투쟁 110

문답 - 첫째 112

문답 - 둘째 114

빠름 116

무기를 드는 일 118

제자 사리풋타 120     


五. 피안에 이르는 길 122

서 122

아지타의 질문 127

팃사 멧티야의 질문 128

푼나카의 질문. 129

멧타구의 질문 130

도타카의 질문 131

우파시바의 질문 132

난다의 질문 133

해마카의 질문 134

토디아의 질문 135

캅파의 질문 135

자투칸닌의 질문 136

바드라우다의 질문 136

우다야의 질문 137

포사라의 질문 138

모가라자의 질문 138

핑기야의 질문 139

열여섯 바라문들의 질문에 대한 결론 13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