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단상 21 : 섹슈얼리티

#섹슈얼리티

by 김경윤
N명의 사람만큼 많은 N개의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충만함과 상호충실성을 통해서 유지되는 것이다


섹스(sex)가 생물학적 특성을, 젠더(gender)가 사회문화적 특성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섹슈얼리티(sexuality)는 성적 지향성(sexual orientation)과 관련이 깊다. 성적 지향이란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성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이성애뿐만 아니라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 이성과 동성에 동시에 매력을 느끼는 양성애, 아무 성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무성애, 성적 지향과 관련 없이 인격체만을 보고 사랑하는 범성애 등 다양하다.

여기에 성행위의 특성과 관련된 지향성이 포함되면 더욱 복잡해진다. 가학성애인 사디즘과 피학성애인 마조히즘, 또는 둘이 섞여있는 사도-마조히즘 등이 있으며, 인간이 아닌 다른 종류의 사물에 매력을 느끼는 페티시즘, 또는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는 나르시시즘까지 폭을 넓히면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성적 지향을 가질 수 있다.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례도 많다. 신이나 진리를 사랑하는 성직자들은 어디에 포함시킬까? 최근 들어 인간보다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와의 관계에서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미래에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이성애만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에 수많은 성적 지향이나 사랑의 방식에 대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일까? 자신의 몸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사랑을 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다. 한 사람의 성적 자유를 판결할 수 있는 기준이 자연에는 없다. 신도 판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N명의 사람만큼 많은 N개의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충만함과 상호충실성을 통해서 유지되는 것이지, 특정한 사랑의 형식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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