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밥 먹고 사는 일이 아무리 지겨워도 그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멈추면 죽기 때문입니다. 어디 밥뿐이겠습니까? 숨쉬는 일, 물 마시는 일, 자고 일어나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 모두 우리의 삶과 직결되고 멈추면 죽게됩니다. 옛 어른들이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지만, 사실은 다반사(茶飯事)입니다. 마시고 먹고 하는 반복되는 일상이 바로 삶입니다.
글쓰기 또한 이러한 반복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위대한 글쓰기란 없습니다. 백조의 우아한 자태가 수면 아래 수없이 왕복되는 발놀림의 결과입니다. 끝이 없습니다. 새 글을 쓸 때도 그러하지만, 다 쓴 글 역시 퇴고하면 퇴고할수록 더 나아집니다. 책으로 나온 글은 그 수많은 퇴고과정을 거쳐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책으로 나오고 나서도 수없는 개고(改稿)를 하기도 합니다. 작가 최인훈은 《광장》이라는 책이 나온 이후에도 10여 차례나 수정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내밀한 기록인 일기라면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에게 보여지는 글은 보여지기 전에도 퇴고과정을 거치고, 보여지고 나서라도 잘못되거나 고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강화》를 쓴 이태준은 구체적인 퇴고방법을 말합니다. 첫째, 무의미한 말, 습관적인 말이 있으면 고칩니다. 둘째,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모순되는 말은 고칩니다. 셋째, 글의 인상이 선명하지 않으면 고칩니다. 넷째, 문장의 길이는 될 수 있는 대로 줄입니다. 다섯째, 처음의 생각과 처음의 신선이 있도록 고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표현하려던 것이 잘 표현되고 있는 지 살펴 고칩니다.
완벽이란 없습니다. 완전이란 없습니다. 글은 항상 역부족이고 표현은 항상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글을 다 쓰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습니다. 밥 먹듯이 고쳐야 합니다. 삼시세끼 밥 먹는 루틴이 우리를 살리듯이, 써놓은 글을 고치는 루틴이 글을 더 좋게 만듭니다.
또한 아침 밥 먹었다고 점심을 거르지 않듯이, 한 꼭지 썼다고 글쓰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육신이 밥 먹으며 성장하듯이, 작가는 글을 쓰며 성장합니다. 성장한 후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며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